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일 "불공정거래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사모 전환사채(CB)에 대해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2023 금감원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업무계획 발표에 앞서 이 원장은 '금융 안정'을 올해 금감원의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경제·금융의 재도약 기반 마련에 감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불공정거래 엄단 의지를 밝혔다. 특히 CB에 발행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발행이 쉽다는 CB의 특성을 악용해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이 무분별하게 자금조달에 나서는 사례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금감원은 단기간 CB 발행이 빈번하고, 주식전환 시점에 주가가 이유없이 급등한 종목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불법 리딩방도 적극 색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종목 추천을 미끼로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불법 리딩방이 성행하는 가운데 금감원은 리딩방 제보자에 대해 제대로 포상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 조사·공시·회계 부문의 조사 역량을 총동원해 중대교란사범을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인의 지분공시 위반에 대한 감독도 강화한다. CB·BW를 인수해 해당 법인 지분의 5%를 넘게 보유하게 됐지만, 보고하지 않거나 늦게 보고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도 엄중 조치하겠단 방침이다. 금감원은 공매도 밀착 모니터링을 위해 상세 대차잔고 및 90일 경과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정보 보고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주식대차, 주문수탁, 주문집행, 사후관리 순으로 구성된 증권사 공매도 프로세스도 살펴본다.
증권사의 공매도 독립 거래단위별 매매목적 등에 따른 관리·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필요시 개선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총수익스왑(TRS), 차액결제거래(CFD) 등 스왑계약·공매도 포지션과 연계한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에 대한 기획조사도 확대한다.
독립리서치 회사의 도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리서치보고서의 신뢰 제고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위해서다. 그간 증권사 보고서는 매도 의견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등 애널리스트의 소신이 담기지 못하면서 보고서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발행·유통이 제도권으로 들어온 토큰증권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을 뜻한다. 실물증권, 전자증권에 이은 새로운 형태의 증권이다. 최근 미술품, 부동산, 저작권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조각투자 수요가 늘면서 투자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 제도권 안으로의 편입이 결정됐다.
금감원은 조각투자 등 신종 증권의 공모 발행 시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공시서식 보완 등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고 했다.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규정·서식 등을 개정하고 설명회를 개최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이 원장은 토큰증권의 제도화에 대해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금감원도 노력할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에 마련된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큰증권 관련 이슈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관련 규율 체계가 함께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토큰증권과 가상자산 모두 올해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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