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평가는 변호사 수 감축 의도"…25개 로스쿨 뿔났다

입력 2023-02-08 21:23   수정 2023-02-08 22:25


#A대 로스쿨은 전임교수 34명(법령은 20명)인데, 재단전입금이 부족하다고 로스쿨 평가에서 '한시적 불인정'을 받았다.

#B대 로스쿨은 판검사 출신의 실무경력교원 임용 첫 학기에 해당 교과목 연구경력 점수가 미달이라고 '한시적 불인정'평가를 받았다.
#C대 로스쿨은 법학전문대학원 초기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동문들이 기부 약속을 했지만, 이후 외부 경제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기부금 운영수입 10%에 못미친다고 '한시적 불인정'평가를 내렸다.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평가위원회가 지난 2일 공식 발표한 전국 25개 로스쿨평가에 대해 이상경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로스쿨 출범당시 결정된 평가기준을 잣대로 사정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정적 측면만 부각한 평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로스쿨 평가는 로스쿨의 발전과 올바른 교육환경을 조성하는데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변협의 로스쿨 평가는 오로지 '로스쿨 흠집내기'를 통해 변호사 합격자 수를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로스쿨 평가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로스쿨 교수 4명, 언론인 3명, 법원행정처 심의관, 법무부 법조인력과장, 교육부 인재정책 국장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3기 평가에선 전국 25개 로스쿨의 최근 5년(2017년 3월~2022년 2월) 운영실태를 보고했다. 평가위는 연세대 등 9곳만 평가기준을 충족해 '인증'을 한 반면, 13개 로스쿨은 '조건부 인증' 3개 로스쿨은 '한시적 불인증'평가를 내렸다. '조건부 인증'은 평가항목 가운데 하나가 기준에 미달하고 1년 안에 개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곳에 적용했다. '한시적 불인증'은 평가영역에서 2개 이상이 미흡하거나 1년안에 개선이 불가능한 경우 내렸다. 1기(2008년3월~2012년2월)는 7곳이 개선권고를 받았고, 2기(2012년3월~2017년2월) 평가에선 23곳이 인증, 2곳이 조건부 인증을 받았다. 이상경 이사장은 "평가위는 평가기관이지 인증기관이 아닌데도, 인증·불인증 등의 표현을 써서 마치 해당 로스쿨의 인증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평가위원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로스쿨협의회는 오는 3월24일 로스쿨 평가 개편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로스쿨 평가위가 평가결과를 발표한 지난 2일 이상경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을 만났다.


▶로스쿨 평가 심포지엄에선 어떤 내용을 다룰 예정인가요
"제4기 로스쿨 평가기준에 대한 전문개편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평가기준의 이원화와 인증제는 폐지하고 이를 개선보완할 방법 등에 대해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심포지엄 발제자와 패널은 로스쿨 교수 뿐 아니라 교육부, 법조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모실 예정이다."

▶평가기관은 어떻게 다양화 하는게 바람직한가요
"현재 대한변협 로스쿨 평가위원회 한곳으로 집중된 평가권한을 일본처럼 평가기관을 3곳(변호사단체,국공립단체,사립학교단체)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교육부 산하 법학교육위원회, 대한변협 평가위원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 세 곳에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로스쿨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는 공식 발표일인 2월 2일에 앞서 지난달 30일 언론에 보도됐다. 로스쿨협의회측은 "이는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가 의심된다"며 "평가위원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로스쿨 평가위원회는 당초 발표일인 이달 2일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이번 로스쿨 평가에 대해 로스쿨측이 생각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평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 평가결과 심의회의때 정부측 두명이 불참했고, 그중 직무대리 참석자에게는 투표권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러한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 또한, 25개 로스쿨의 이의신청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평가지표는 어떠 어떠한 것이었나요
"평가지표 41개, 평가요소 153개로 해당 평가요소 가운데 한개를 미충족하면 조건부 인증, 두개 이상을 충족못하면 한시적 불인증을 했다. 다른 평가요소중 기준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아도 기준점수를 받은 것을 본다면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이번 평가표는 크게 △5개 평가영역(학생,교육,교육환경,교육과정,교육성과) △16개 평가항목(입학전형 계획, 학생선발, 학생지도, 학생복지, 전임교원 확보, 연구강의, 교육시설, 교육여건, 교육목표, 교육과정 편제, 학사관리, 실무과목, 국제화 및 특성화, 기본과목, 실무과목, 교육만족도 및 개선)△41개 세부평가항목(입학전형 계획 공시, 복지시설, 사회적 취약계층 배려, 장학제도 확보와 장학금, 교육과정 편제의 적절성,교육의 질 개선 등)으로 구성했다. 평가위는 25개 로스쿨에서 19개 항목이 법령에서 정한 중대한 사항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또 59개 항목은 중요사항 위반, 59개 항목은 일반사항을 위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건부 인증을 받은 로스쿨은 13곳인데 어떤 구체적인 사항을 위반한 것인가요
"교원 연구강의 분야의 연구적합성 부분에서는 현직 판검사들이 형재실·민재실·검찰실무 등강의하면 적합하고, 판검사 퇴임 후 교수로 임용된 실무경력 교수들은 임용 첫 학기임에도 해당 교과목의 강의·연구경력 점수가 미달되었다고 중요사항 위반 평가를 했다. 또한 교수의 학생지도 충실성 항목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학생이 면담에 응하지 않았는데도 제반 사항을 고려하지 않고 위반했다고 평가했다. 상당수 교수는 면담 기준인 2시간을 초과해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했음에도 그런 정성적 노력은 전혀 반영이 안됐다."

평가위는 지난 2일 평가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평가위는 3주기 평가를 진행하면서 로스쿨 현실과 부합하지 않은 일부 평가기준의 정비 필요성을 인정했다. 교육부, 평가위 그리고 로스쿨의 건의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제4주기 평가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4년째에 접어든 로스쿨은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 2012년 1회 변호사시험 720점대 합격점수는 지난해 11회엔 890점대까지 올랐다. 이는 로스쿨 학생들의 법학실력이 늘었다는 반증이다. 물론 합격률이 낮아져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점수가 올라간 측면도 있다. 로스쿨협의회가 그동안 △표준판례 지원 △변호사 모의시험 연3회 첨삭지도 △변호사시험 해설집 무상제공을 하면서 로스쿨 학생들 리걸마인드의 질적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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