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기업화’가 어려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해비치)다. 레스토랑과 건물 위탁 운영을 결합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흑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오는 10일엔 중심(중식), 스시메르(일식), 마이클바이해비치(양식) 등 3개 브랜드로 구성된 ‘해비치 레스토랑’을 서울 종각에 이어 명동으로 확장한다.
부산에 마이클바이해비치 분점과 신사동의 팝업 레스토랑을 포함하면 해비치가 호텔 밖에서 운영 중인 고급 식당은 9개다. 해비치 관계자는 “명동에 중국 관광객이 돌아올 것에 대비해 중식당 중심의 경우 활생선, 갑각류, 북경오리를 이용한 정통 광둥식 메뉴들을 추가했다”며 “마이클바이해비치에선 보다 정교한 플레이팅(음식을 그릇에 담는 것)의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물 내 5~15층의 르메르디앙&목시 호텔에 대한 운영도 해비치가 맡았다. 해비치 관계자는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쌓은 역량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레스토랑 운영으로 해비치라는 브랜드 가치를 알리면서 이를 통해 건물 위탁운영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비치는 종각 센트로폴리스 빌딩에 ‘해비치 레스토랑’을 1호점을 열면서 이 같은 사업 모델의 효용을 입증한 바 있다. 입주사 전용 라운지, 피트니스 등의 편의 시설을 운영하고, 급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서울역 인근의 그랜드 센트럴 빌딩을 포함해 현재 위탁 운영 계약을 맺은 건물만 3곳이다.
외식 부문의 이익이 개선되면서 해비치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도 흑자를 냈다. 작년엔 매출이 1529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1500억원을 넘었다. 전년 대비 31% 증가다. 해비치 관계자는 “지난해 외부 레스토랑 매출만 전년보다 25% 증가했다”며 “레스토랑의 적자 규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스시메르를 열기 전, 전국의 내로라하는 스시 전문점 200여 곳을 샅샅이 훑었다. 2015년 프랑스식 파인 다이닝을 제주에서 선보일 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계적인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테스트 키친’의 수석 셰프를 영입하기도 했다. 해비치 관계자는 “직원들을 프랑스의 바게트 명장에게 교육받으러 보낼 정도로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파인 다이닝 시장에 도전장을 내기 위한 시작점은 2014년이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 안에 푸드랩이라는 작은 규모의 연구소를 열었다. 전국의 식자재 산지와 농수산물 시장, 국내외 요리 명장 등을 찾아다니며 메뉴를 개발하고, 미식 트렌드를 연구했다. 신규 메뉴가 개발되면 해비치가 운영하는 호텔과 골프장 내 식음료 업장에서 고객 반응을 테스트했다.
작년 5월엔 서울 신사동에 ‘스패출러’라는 식음료 R&D(연구·개발) 센터를 열었다. 2개 층에 공유 주방, 숙성 발효실, 팝업 레스토랑 등을 갖췄다. 코로나19 이후 발효 음식이 글로벌 미식의 핵심으로 부상 중인 것을 고려해 K발효 음식의 산실로 발전시키는 중이다. 해비치 관계자는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오랜 가풍”이라며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으로서 한국의 고급 음식을 세계인에게 선보이는 것이 해비치의 목표”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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