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꿈이 흐르는 테헤란로

입력 2023-02-07 17:41   수정 2023-02-08 00:08

버스가 10차선 대로에 접어들었다. 그 큰길에 우리 버스밖에 없어서 초고속으로 달렸고, 좌우로 허허벌판만 펼쳐졌다. 시골에서 갓 상경한 대학생에겐 세금 낭비로만 비쳤고 이런 걸 설계한 사람에 대한 욕부터 나왔다. 그런데 표지판을 보아하니 ‘어라. 테헤란? 이름이 왜 저따위야?’ 세종, 을지, 충무처럼 나라 정도는 구해야 하는데 테헤란? 어이없음 그 자체였다. 게다가 한·미 혈맹의 최전선인 한국에 혁명이 일어나 미국과 원수가 된 이란의 수도 이름이라니.

세월이 흘러 길 주변으로 고층빌딩이 올라갔고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길이 돼버렸다. 행정가들이란 게 한 치 앞도 모르고. 처음부터 16차선 정도로 만들지 그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길은 세상을 바꾸려는 창업자들의 둥지가 됐고, 많은 꿈이 성공하기도 또 실패하기도 했다. 이제 그중 상당수는 대기업이 돼 세상을 바꾸고 있다. 시간이 다시 흘러 그 대학생도 거기서 새롭게 도전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때 순수 학문을 하려던 소년의 꿈이 벤처캐피털 대표로 결론이 나 버린 현실이 애초에 꾸던 꿈의 결과이겠는가. 그때는 세상을 알지 못했고, 행여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 세상은 빠르게 바뀌어 버렸으니까. 원래 꿈이란 게 세상 변화에 따라 적응하고 진화하고 바뀌기 마련이겠지. 로봇공학자, 물리학자, 대통령까지 꿈꾸던 어린 꿈 중에 결국 그 길로 갔던 사람이 매우 드물지만 지금도 아이들은 무언가를 꿈꾼다. 의대가 지존이 되기 전엔 시류 변화에 따라 화학공학이나 물리학이, 전자공학이나 유전공학이 선호된 시절이 있었다. 꿈을 꾸며 그 학과에 진학한 아이들은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도, 또 전혀 엉뚱한 곳에서 성공하기도 했다. ‘피봇’이라고 방향은 늘 바뀌겠지만 뭔가 되고 싶다는 인간의 꿈이 존재하는 한 세상은 좋아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면서 계속 진화하고 피봇한 그런 꿈이 모여들며 허허벌판이던 그 길을 지금처럼 만들었다.

우리처럼 1948년에 나라를 세웠고, 여러 번의 전쟁을 겪어낸 인구 900만의 이스라엘의 국민소득이 5만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그게 다 스타트업의 힘이란다. 하필 이스라엘과 상극인 이란의 수도 이름이지만 여기엔 그런 미래를 만들어 갈 꿈들이 흐르고 있다. 이렇게 될지 몰랐겠지만 허허벌판을 관통하는 테헤란로를 설계한 분들에게 복이 있으라! 한때는 그렇게 무모해 보이는 시도에 의해 세상은 바뀌어왔다. 다시 시간이 흘러 40년 뒤에는 이 길에 어떤 꿈이 흐르고 있을지 기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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