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의 시각] 노동개혁 사각지대 최저임금

입력 2023-02-07 17:36   수정 2023-02-08 00:11

국정과제에도 없다. 노동개혁 로드맵에도 없다. 눈을 씻고 찾아보면 노동개혁 자문그룹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에 딱 한 줄 두루뭉술한 표현이 숨어 있다. 매년 7~8월이면 나라가 뒤집어질 듯 시끄러운 최저임금 이야기다.

정부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화물연대 파업 등을 계기로 노동개혁 기치를 올리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노동개혁 과제로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 체계 개편만을 내세웠으나 어느새 개혁의 포커스는 노조 바로잡기에 맞춰졌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발표한 ‘노동개혁 로드맵’ 첫 장, 첫 줄은 ‘노조 회계공시시스템 구축’이었다. 노조회계 투명화가 노동개혁 최우선 과제라는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그때그때 대통령의 관심사에 따라 노동개혁 아이템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구심도 드는 대목이다.
노사 거래로 결정…부작용 속출
어찌 됐든 정부 노동개혁 플랜에서 특이하다고 할 만한 점은 최저임금에 이상하리만치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 전반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최저임금은 매년 8월을 전후해 가장 뜨거운 이슈다. 연중에도 최저임금과 밀접한 각종 고용지표 분석과 전망이 넘쳐난다. 영세기업 근로자의 실질임금 증감, 주휴수당 부담으로 인한 ‘쪼개기(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고용’ 확대, 자영업 비중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은 이들 지표의 핵심 원인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원인에 대한 고민보다는 현상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걸고 집권 초 2년 동안 16.4%, 10.9%씩 올리면서 부작용이 현실화하자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이후 인상률이 2.87%, 1.5%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제도 개편은 없던 일이 됐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월 209시간 기준, 주휴수당 포함)이다. 매년 짜맞추기식의 최저임금 인상률 근거가 제시되지만, 노사 줄다리기 속 정부 입김의 결과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올해 넘기면 현정부서 개혁 불가
최저임금제 개혁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최저임금제는 당장 개혁하더라도 효과가 1년 뒤에 나타난다. 내년이면 총선이다. 여당이 승리해 개혁에 착수하더라도 개선된 결정 체계에 따른 최저임금은 일러야 2026년에 작동한다. 주휴수당 논란 해소 등 제도 개편 없이 지금처럼 노사 거래를 통해 매년 평균 5%씩만 인상되면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1100원(월 232만원)을 넘어간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취약 근로자 생계 보장은 물론 일자리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올린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322만 명(2021년 최저임금 미만율 15.3%)에 달한다.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각종 부작용만 부르는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이제는 바꿔야 한다. 경제학이 아닌 노사관계·사회복지 등 사회학자들의 한숨 속에 노사 거래로 결정되는 최저임금, 지금 바꾸지 않으면 현 정부 임기 내 개혁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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