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화물연대 파업 등을 계기로 노동개혁 기치를 올리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노동개혁 과제로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 체계 개편만을 내세웠으나 어느새 개혁의 포커스는 노조 바로잡기에 맞춰졌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발표한 ‘노동개혁 로드맵’ 첫 장, 첫 줄은 ‘노조 회계공시시스템 구축’이었다. 노조회계 투명화가 노동개혁 최우선 과제라는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그때그때 대통령의 관심사에 따라 노동개혁 아이템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구심도 드는 대목이다.
최저임금은 매년 8월을 전후해 가장 뜨거운 이슈다. 연중에도 최저임금과 밀접한 각종 고용지표 분석과 전망이 넘쳐난다. 영세기업 근로자의 실질임금 증감, 주휴수당 부담으로 인한 ‘쪼개기(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고용’ 확대, 자영업 비중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은 이들 지표의 핵심 원인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원인에 대한 고민보다는 현상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걸고 집권 초 2년 동안 16.4%, 10.9%씩 올리면서 부작용이 현실화하자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이후 인상률이 2.87%, 1.5%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제도 개편은 없던 일이 됐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월 209시간 기준, 주휴수당 포함)이다. 매년 짜맞추기식의 최저임금 인상률 근거가 제시되지만, 노사 줄다리기 속 정부 입김의 결과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취약 근로자 생계 보장은 물론 일자리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올린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322만 명(2021년 최저임금 미만율 15.3%)에 달한다.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각종 부작용만 부르는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이제는 바꿔야 한다. 경제학이 아닌 노사관계·사회복지 등 사회학자들의 한숨 속에 노사 거래로 결정되는 최저임금, 지금 바꾸지 않으면 현 정부 임기 내 개혁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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