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신도시 안전진단 면제·용적률 파격 상향…목동·개포도 대상

입력 2023-02-07 18:36   수정 2023-02-08 01:44

정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확정하고 노후 택지지구의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최대 500% 허용, 리모델링 증축 가구 수 상향 등 ‘3종 세트’가 포함된 1기 신도시 정비 밑그림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11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지 3개월 만이다. 특별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기로 한 것도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을 위해서다. 형평성 논란을 의식해 특별법 적용 대상을 ‘조성 20년 이상, 100만㎡ 이상 택지’로 확대하면서 ‘마구잡이식 개발’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당·일산 등 재건축 ‘날개’

국토교통부가 7일 공개한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택지조성사업이 완료된 지 20년 이상 된 100만㎡ 이상 택지는 노후계획도시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100만㎡는 인구 2만5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주택 1만 가구 규모의 수도권 행정동 크기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재건축 안전진단이 완화되거나 면제된다. 자족 기능 향상이나 대규모 기반시설 확충 등을 통해 공공성을 담보하면 안전진단 자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주택을 더 많이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건폐율도 완화된다. 2종에서 3종으로 바뀌면 건폐율(50% 이하)은 유지되지만 용적률은 상한선이 150% 이하에서 300% 이하로 두 배로 높아진다. 준주거지역으로 바뀌면 건폐율(50%→70%)과 용적률(100% 초과~150% 이하→200% 초과~500% 이하)이 모두 상향된다.

리모델링 규제도 완화했다. 현재는 리모델링을 추진할 때 기존 주택의 15% 이내에서만 가구 수를 늘릴 수 있지만 특별정비구역에선 20%까지 가능해진다.

이주 대책도 체계화된다. 기존에는 재정비사업자가 이주를 책임졌지만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이주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특별정비구역 지정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되면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해 시장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형평성 논란 의식…개발 난립 우려도
1기 신도시 특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특별법 적용 대상을 20년 이상, 100만㎡ 이상 택지지구로 넓혔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이 기준에 포함되는 택지지구는 전국 49곳에 달한다. 여기에 인접 택지지구와 합쳐 100만㎡를 넘는 택지지구도 포함한다고 밝혀 적용 대상이 사실상 전국 주요 택지지구로 넓어질 전망이다.

서울에서는 목동 상계 중계 개포 고덕 신내 수서지구가 해당하며 수도권으로 넓히면 인천 연수, 안양 포일, 수원 영통, 고양 화정 등 20여 곳에 달한다. 대전 둔산·노은, 광주 상무, 부산 해운대, 대구 성서지구 등 20년이 넘은 전국 주요 택지지구가 대부분 적용 대상이 된다.

전문가들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1기 신도시는 물론 서울과 지방 노후 택지지구의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특별법 적용이 가능해진 목동 상계동을 비롯한 서울과 지방 택지지구는 사업 속도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정비 사업보다 노후계획도시특별정비구역 지정이 유리할 것”이라며 “이들 지역은 용적률 및 종 상향이 가능해져 역세권 주변의 고밀·복합 개발로 토지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이 전제되면 기존 정비사업이 아닌 특별법으로 동시다발적이고 광범위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며 “특별법 대상이 1기 신도시에서 전국 택지지구로 확대된 셈이라 주택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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