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35·사진)가 오는 23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스페셜 콘서트-활의 춤’이란 이름의 리사이틀을 연다.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1번과 소나타 e단조,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 코렐리의 소나타 d단조와 ‘라 폴리아’ 등 바로크 시대에 ‘단조’로 작곡된 바이올린 소나타 다섯 곡을 첼로와 짝을 이뤄 들려준다. 독특한 구성과 독창적인 편성의 프로그램이다.
김다미는 7일 전화 인터뷰에서 “바로크 작품들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제가 원래 프로그램을 짤 때 밸런스와 통일성을 중시하는데 레퍼토리가 바로크 음악이라 그랬는지 좌우 대칭까지 고려하게 되더라고요. 먼저 활의 기교가 돋보이는 g단조의 ‘악마의 트릴’을 중심에 놓고 앞뒤에 바흐와 코렐리의 작품들을 각각 두 곡씩 배치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연주곡이 모두 ‘단조 소나타’가 됐습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건반악기가 아니라 첼로가 반주를 맡는다는 것이다. 연주곡 중 바흐의 무반주 1번을 제외한 네 곡은 전부 바이올린과 통주저음(악보의 맨 아래 베이스음을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화성을 넣어 반주하는 바로크 연주법)을 위한 소나타다. 보통 피아노나 하프시코드가 맡는 통주저음 파트를 이번엔 첼리스트 이호찬이 연주하는 첼로가 담당한다. 이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다.
김다미는 “금호아트홀이 ‘활의 춤’이란 콘셉트로 독주회를 요청했을 때 일반 리사이틀과는 달리 활로만 연주하는 음악회를 떠올렸다”고 했다. “바로크 무반주 곡으로만 구성하려니 레퍼토리가 한정적이었습니다. ‘악마의 트릴’을 통주저음 없이 바이올린이 화려한 장식음을 넣어 무반주로 녹음한 음반을 듣다가 영감을 얻었어요. 첼로가 베이스음의 단선율을 묵직하게 들려주고, 통주저음의 화성을 바이올린 독주의 즉흥적인 꾸밈음으로 보완한다면 무반주보다 풍성한 ‘활의 음악’이 되겠다 싶었죠. 건반의 통주저음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을 거에요.”
‘악마의 트릴’은 공연장에서 주로 연주되는 화려하고 현대적인 크라이슬러 편곡 버전이 아니라 타르티니의 오리지널 버전으로 들려준다. 그는 “첼로가 반주이다보니 모든 곡에 저만의 꾸밈음을 더 많이 가미하겠지만, 20세기 초중반 유행한 낭만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바로크 원전의 뉘앙스를 최대한 살려 연주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다미는 열세 살이던 2001년 금호영재 콘서트로 데뷔했다. 파가니니 콩쿠르 1위 없는 2위, 나고야·하노버 콩쿠르 우승 등 출전 콩쿠르마다 입상하며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아론 로잔느, 보스톤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 미리암 프리드를 사사했다. 뉴욕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2020년 3월부터 서울대 음대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수업 준비를 위해 바로크 음악에 보다 이론적·논리적으로 접근하면서 그 방대한 해석의 매력에 더 빠져들게 됐습니다. 바로크 리사이틀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마지막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 연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를 높여 해보고 싶어요.”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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