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다가올수록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정치권 압박이 거세지면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물가 폭탄을 맞은 상황에서 돈 풀기는 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하고, 금리 인하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민생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처리가 시급한 진짜 민생법안엔 손을 놓고 있다. 반도체산업이 위기에 처했지만,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높이는 내용의 관련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법안이 제출된 지 한 달이 지나 오는 14일에야 상정한다지만, 야당 반대로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 일몰 연장법은 여야 이견으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말 시효가 끝났다. 야당은 이 법안 논의를 1월 임시국회 소집 명분 중 하나로 꼽아 놓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정부는 1년 계도 기간을 줬지만 업계는 근로자 고소·고발이 있을 때 처벌받을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대책 법안을 지난해 8월 내놨지만 국회에서 반년이 다 되도록 먼지만 덮어쓰고 있다. 2년 전 임대인 세금 체납 제시 의무화, 전세사기 가담 중개사 자격 취소 요건 확대 등 전세사기 방지 6개 법안도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는 뒷전으로 미뤄뒀다가 빌라왕 사태가 터지자 비슷한 법안을 우후죽순 꺼내면서 뒷북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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