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후보와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기자들 앞에 나란히 섰다.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함께 오찬을 한 직후다. 나 전 의원은 지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김 후보와) 애당심과 충심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며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이 사실상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김·나 회동’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열세를 보여온 김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다만 ‘나 전 의원이 김 후보를 지지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김 후보는 “나 전 의원과 앞으로 많은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로 봐달라”고 답했다. 만남의 성격을 묻는 말에 나 전 의원은 “당과 전당대회에 대한 걱정이 많이 있다”며 “국정 운영과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김 후보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진 않았지만,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안 의원에게 쏠리던 나 전 의원 지지세가 김 의원 쪽으로 일부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가 이후 나 전 의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해온 이유다.
‘학폭(학교폭력) 가해자’와 비슷한 행태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김 후보와 친윤계 초선들이 구애에 나선 이유는 ‘안 후보가 대표가 될 수도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이달 들어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안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 안 후보는 오차 범위 밖에서 김 후보를 따돌렸고, 수도권은 물론 대구·경북에서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김 후보의 공세를 ‘마타도어’로 표현하며 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짧은 기간 공동 야당 대표를 했던 건 대한민국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 당시 행보로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썼다. 이어 “야당의 문제점을 알고 당을 나왔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대선에서 내 모든 것을 바쳐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탰다”며 “그 일에 대해서는 국민과 당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경목/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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