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과 경매도 좋은 선택지로 꼽았다. 박 위원은 “분양과 관련해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떨어진 매물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를 사거나 경매를 기다려도 좋다”고 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무주택자는 적절한 시점에 집 마련이 바람직하다”며 “사려는 시점에 시세 대비 10% 이상 떨어진 급매물이 나왔는지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성환 ABL에듀 부동산팀장은 “올 하반기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되면 집주인이 호가를 올릴 수 있다”며 “타이밍상 상반기 급매와 초급매 등을 노리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경매 시장에 대해선 “경매는 예상치 못한 위험이나 비용이 나올 수 있는데 이를 감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일반 매매시장에서 급매물 가격이 괜찮다”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현시점 부동산 시장은 매수자 우위”라며 “무주택자는 둔촌주공 같은 무순위 청약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금리가 높은 만큼 월소득 30% 이내에서 원리금 상환이 가능할 경우 대출해서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하면 청약이나 미분양을, 여력이 있으면 입지 좋은 급매 구축 아파트를 노려라”고 했다. 그는 “청약시장이 얼어붙은 여파로 당첨 확률이 전에 비해 늘었다”며 “중도금 대출 규제도 완화됐기에 괜찮은 매물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유자 개인의 사정에 따라 간헐적으로 발생한 급매나 가격이 내려간 구축 아파트를 추천했다.
집값 하락기에도 가격 방어력이 높은 유망지역으로는 교통 인프라 개선지역, 개발 호재가 많은 지역 등을 꼽았다. 김 위원은 “개별적인 호재가 있는 지역을 위주로 선택해야 한다”며 “최근 서울 용산과 성수동 일대에 대한 고객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고 대표는 “특정 지역보다는 금액대별로 봐야 한다”며 “매매가 10억원 미만을 생각하는 실수요자라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 가격이 많이 내린 단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재건축 사업들이 마무리되면 하나의 뉴타운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 연구원도 “노원, 도봉 등 기존에 많이 떨어진 곳이 바닥을 다지고 올라오고 있다”며 “초기 단계 재건축 아파트나 특례보금자리가 적용되는 9억원 이하 아파트를 눈여겨볼 것”을 추천했다.
반면 박 위원은 재건축이 활발한 지역은 강점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건축 지역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며 “대단지·중소형·신축 매물에는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2030세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마련)족’이 뛰어들었던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집중적으로 하락한 만큼 기존 집을 팔고 저렴하게 나온 단지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반대로 다주택자들이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 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정책이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주택자를 지원하는 방향은 아니다”며 “자산이나 소득이 많은 사람부터 더 증세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다주택자 대상 세제는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 연구원도 “다주택자들이 집을 한 채 더 늘리는 건 리스크가 있다”며 “주택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반기 최대 변수로 금리와 규제 완화 속도 등을 꼽았다. 여 연구원은 ‘금리, 경기 침체, 청약제도 개정’을 상반기의 세 가지 변수로 꼽았다. 여 연구원은 “이달 청약제도 개편 주택 개정이 이뤄지면 3월 이후부터 분양 물량이 풀릴 것”이라고 했다.
고 대표는 ‘금리, 거래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수준’을 변수로 봤다. “DSR 제도는 실수요자의 대출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 팀장은 “금리와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회가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예상보다 효과가 작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은지/오유림/안시욱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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