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의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7명은 올해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기술 기업의 잇딴 정리해고에도 산업계 전반의 노동 수요는 아직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화상회의 서비스업체 줌은 7일(현지시간) 회사 블로그를 통해 인력 13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전체 직원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에릭 위안 줌 CEO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타격이 있었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보수도 줄이기로 했다. 위안 CEO는 올해 자신의 임금 98%를 삭감하고 보너스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원들의 연봉은 20% 가량 깎았다.
세계적인 온라인 상거래업체 이베이도 정리해고에 착수했다. 이베이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전 직원의 4% 가량인 5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타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간관리자를 줄이고 해당 임직원들을 개발자 등 일선 업무로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 컨설팅업체 잔코어소시에이츠는 지난 달 4700개의 IT 전문직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미국 CEO 대다수는 올해 고용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그린하우스가 직원 100명 이상 규모의 미국 기업 CEO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68%가 올해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인력 감축 계획을 갖고 있다는 CEO는 전체 10%에 불과했다. 이들 중 64%는 경제 불확실성이 올해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62%는 인플레이션을 들었다.
팬데믹 때 급격하게 직원을 늘렸던 기술 기업을 제외하고 미국 기업들 대부분이 여전히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민간 경제연구기관 컨퍼런스보드는 “지난 1월 전 세계 CEO 13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꽉 막힌 노동 시장에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관심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CNBC는 “IT 이외에 다른 산업군으로 인력 감축이 확산하지 않고 있다”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빠르게 노동 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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