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구조의 분기점으로 꼽히는 ‘48시간’이 지났다. 튀르키예 강진 발생 후 이틀이 지난 8일(현지시간) 사망자 수가 8000명을 넘어섰다. 60여개국이 구호 인력을 보냈지만 5000채가 넘는 건물이 파괴된 데다가 영하의 추위가 겹치면서 사망자 수가 2만명을 웃돌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리아는 튀르키예와 이어진 도로가 끊기면서 구호 손길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지진 대응에 정치적 운명을 거는 상황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B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 발생 이후 생존자를 발견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을 48시간으로 보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매분, 매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18만명 이상이 잔해 아래에 갇혀 아래에 갇혀 있을 것”이라며 “이들 대부분이 사망한 상태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신속한 구조도 쉽지 않다. 기온이 영하를 오가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첫 강진 이후 최소 125건의 여진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CNN은 “빈도와 규모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규모 5.0~6.0 이상의 여진이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이재민 피해도 막심하다. 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국민 8500만여명 중 1300만명의 이재민이 나왔다”고 밝혔다. WHO는 이재민 규모가 최대 23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피해 국가를 대하는 국제 사회의 온도차도 감지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와 달리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서방의 제재로 인해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기가 여의치 않다. 양국을 대하는 미국의 반응도 다르다. 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시리아인들이 재난에서 회복하도록 지원하겠다”면서도 “(구호) 자금이 시리아인들에게 가고 정권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응 결과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99년 이미 1만7000여명이 숨졌던 지진을 겪었음에도 튀르키에 정부의 대응 수준이 그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르도안의 반대파들이 ‘정부 대응이 너무 느렸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오는 5월 대선을 앞두고 이번 지진에 대한 신속한 대응 여부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걸려 있다”며 “유유부단한 모습을 피하기 위해 그는 일선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짚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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