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장기 이식 시도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면역거부반응과 동물 바이러스·세균 감염 등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면역억제 약물 개발과 유전자 조작, 감염 예방 스크리닝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물 장기 이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넨바이오는 오는 10월 1형 당뇨 환자 두 명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한다고 8일 밝혔다.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최종적으로 약 20명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할 계획이다. 임상은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진행한다.
췌도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망가지면 혈액 내 당 조절에 문제가 생긴다. 제넨바이오는 무균 돼지의 췌장을 꺼내 내부 조직인 췌도 세포를 정제한 뒤 이를 사람의 간에 이식할 계획이다. 수액 주사 형태로, 간 문맥을 통해 약 두 시간에 걸쳐 이식한다.
현재 췌도 이식은 사람에게서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식 주체가 뇌사자로 한정돼 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장기 부족 문제로 환자의 0.1%만이 수혜를 본다”고 했다.
제넨바이오는 당뇨 환자 중에서도 저혈당으로 쇼크(일시적 의식불명)를 1년에 두 차례 이상 겪은 저혈당무감지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할 계획이다. 저혈당을 알아채지 못해 대응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1형 당뇨 환자의 12.5%가 저혈당무감지증 환자다. 제넨바이오는 다음달 임상 대상자를 최종 선별할 예정이다.
감염 가능성도 문제다. 동물에 있는 바이러스 세균이 사람에게 이식돼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지난해 1월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팀이 유전자 조작을 거친 돼지 심장을 말기 심장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지만 두 달여 후 사망했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식 주체인 돼지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식약처와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돼지 췌도 이식 시도에 감염 가능성 등 안전성을 꼼꼼히 따졌다. 첫 임상 신청부터 실제 진행까지 3년이 넘게 걸린 이유다. 과거 중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뉴질랜드에서 돼지 췌도 이식이 이뤄졌다. 중국은 영장류 실험을 거치지 않았고 나머지는 췌도 세포를 캡슐로 감싸 복강에 넣는 방식이었다.
제넨바이오는 췌도 이식 주체인 무균 돼지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세균 146종이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종장기 이식 국내 최고 권위자인 박정규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장은 “이번 임상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종장기이식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