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예측, 이제는 '경기'를 봐야 합니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3-02-09 06:30   수정 2023-02-09 10:44

많은 미국인들이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도심을 떠나 원격으로 일하기 위해 교외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2년이 지난 후 다시 도심으로 복귀하려고 집을 알아보고는 주택담보대출(Mortgage) 금리에 화들짝 놀라서 구매계획을 접었다고 합니다. 금리도 문제지만 주택가격 또한 급등하면서 매수계획을 포기한 주택수요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2023년이 되면서 이러한 상황은 바뀌고 있습니다.

작년 대출비용이 급증하고 주택가격 또한 많이 올라 시장을 떠났던 매수(예정)자들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부동산경제학자들은 이제는 매수자와 매도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경제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금리가 아닌 일자리입니다. 현재는 미국의 경제가 튼튼하지만 경기침체가 예상된다면 주택시장 또한 여기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 노동부(U.S. Department of Labor)의 고용보고서에 의하면 몇 달 동안 일자리 증가율이 꾸준히 감소했지만 2023년 1월에는 51만7000명의 일자리가 추가되는 예상치 못한 고용 폭발(burst of hiring)이 일어났습니다. 더욱 경이로운 점은 실업률이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인 3.4%로 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부동산경제학자들이 2023년 미국 주택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변수는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고 연말에는 5%대에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입니다. 이미 30년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이자율은 작년 10월 7.08%에서 6.09%로 떨어졌고 모기지 금리 변화에 특히 민감한 신규주택판매는 작년 12월에 전달보다 2.3% 증가했습니다. 두번째는 고용 상황입니다. 지금과 같이 고용상황이 좋고 임금상승률(1월 4.4%)이 유지된다면 주택시장은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도 이제는 고용을 포함한 경제상황에 주목해야 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작년 82만명의 역대급 취업 호황이 올해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작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일상이 회복되면서 연간 취업자 증가는 22년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고용률 또한 통계 작성 후 최고치인 62.1%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올해 신규 취업자 수 예상은 10만명(정부), 9만명(한국은행), 8만명(KDI) 수준에 그쳤습니다. 실업률 또한 작년 9월 2.5%에서 올해 1월 현재 3.3%로 0.8%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주택시장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분양시장을 살펴보면 취업자수 증가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취업자수가 많은 지역은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선전하기도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지방 중소도시 가운데 15~64세 취업자수가 15만명을 넘어선 곳은 12개 지역이라고 합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청약 홈을 분석하면 이 12개 지역에서 분양에 나선 단지는 1순위 청약경쟁률이 10.23대1에 달해 나머지 경쟁률 2.6대1에 비해 4배나 높습니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규제완화로 인해 5주 연속 주택가격은 하락폭을 줄이는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 달전과 비슷하게 하락율을 그대로 기록중인 지역이 있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강남과 인접한 수도권 남부지역입니다. 이들 지역의 특징은 교통여건이 좋고 개발호재도 많으며 강남과 가깝다는 장점들을 가진 경기도의 주거 선호지역입니다. 지난 2~3년간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에는 실적부진의 반도체와 감원 등이 겹치면서 부진한 상황입니다. 고용이 유지되지 못하면 주택구입은 딴 나라 이야기입니다. 올해 주택시장에서 개별 입지를 판단할 때 고용상황을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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