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구현모 대표의 연임 철회 압박을 받고 있는 KT 이사회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재시작하기로 했다. 3월10일까지 새 CEO 후보를 확정해서 3월 주총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KT 이사회는 9일 KT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차기 KT CEO 선임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는 방식을 의결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이사회는 3시간여의 공방 끝에 2시 넘어 의결됐다.
국민연금 신한금융지주 현대자동차 등이 소유하고 있는 KT는 이른바 '소유 분산 기업'이다. 2002년 민영화된 후 뚜렷한 주인을 찾지 않은 채로 다양한 주체가 분산 보유하고 있다. 구현모 현 KT 대표는 전임 황창규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다가 2020년 KT의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3년 임기가 조만간 종료된다.
KT는 기존 CEO의 연임 적격 여부를 우선 심사하는 관행을 가지고 있다. 구 대표는 작년 말 연임 적격으로 이사회에서 판단받아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었으나 국민연금이 '셀프 연임'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외부 비판을 의식한 구 대표 측에서는 외부 공모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공모를 거쳐 10여명의 후보를 추천받고 이사회가 구 대표를 포함한 후보들을 다시 검토했으나 구 대표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었다는 게 이사회의 판단이다. 그러나 불과 2주 안팎의 기간에 3년간 대표이사직을 지낸 구 대표 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타나기가 당초 어려웠다는 점을 지적하며 '요식행위'라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차 소유분산 기업에 스튜어드십이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압박은 한층 강화됐다. 금융위 업무보고였지만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고경영자 연임이 문제가 되고 있었던 우리금융은 이미 손태승 회장이 연임 철회를 공표한 상황이어서 해당 발언은 실제로는 KT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국민연금도 아니고 지분이 하나도 없는 정부가 부당하게 KT를 전리품으로 취급해 CEO 교체를 시도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KT 이사회는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CEO를 확정하기 위해 3월10일 전에 후보를 확정짓기로 결정했다.
구 대표는 경쟁 후보 중 한 명으로서 다시 한 번 연임을 시도하게 되지만, 정부가 구 대표와 계속 각을 세울 경우 끝까지 경선에 남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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