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강진이 일어난 지 사흘(72시간)이 지난 9일(현지시간)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희생자 수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강진 사망자 수는 1만5000명을 넘겼다. 동일본 대지진의 희생자 수(약 1만8500명)에 육박한다. 동일본 대지진은 21세기 들어 7번째로 희생자가 많았던 지진이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는 1만2391명이 숨졌다. 시리아에서는 2902명이 숨을 거뒀다.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72시간이 지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의 자연재해 전문가인 스티븐 고드비 박사는 지진 발생 뒤 24시간 이내 생존율은 74%지만 72시간이 지나면 22%, 5일이 경과하면 6%로 하락한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며 현지의 절망적인 상황을 전했다.
매서운 추위와 장비 부족이 생존자 구조를 지연시키고 있다. 강진이 일어난 뒤 현지 기온은 영하를 이어가고 있다. 구조대는 삽과 쇠지레, 손전등을 이용해 잔해를 뒤지고 있다. 간신히 구조된 생존자들마저 의료 지원 부족과 추위, 식량 등 물품 부족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생환 사례가 나오며 현지에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의 무너진 아파트 아래에서 지진 발생 73시간 만에 5세 소녀와 부모가 구조됐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재론 리 응급·재난의학 박사는 “일반적으로 5~7일이 지나면 (생환 가능성이 급락해) 생존자 수색 중단이 고려된다”면서 “7일이 지난 후에도 생존해 발견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드물다”고 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80세 노인과 10대 손주가 9일, 2010년 아이티 대지진에서 10대가 15일 만에 구조된 사례가 있었다.
강진으로 증시가 휘청이자 튀르키예 증권거래소는 14일까지 휴장하기로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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