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9일 15: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외화채 발행시장에서 수요를 이끌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동안 발행이 잠잠했던 한국물에 대한 외화채 시장의 인기를 확인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날 5·10년 만기 달러채 조달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48억8000만달러(약 18조76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산업은행은 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만기별로 10억달러씩 총 20억달러를 발행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조달 금리를 40~45bp 절감했다. 산은 5년물은 최초 제시금리(IPG)에서 미국채 5년물에 105bp(1bp=0.01%포인트) 가산을 제시했는데 최종적으로 이보다 45bp 낮은 60bp 가산으로 결정됐다. 10년물도 미국채 10년물 대비 120bp 가산에서 80bp 가산으로 40bp 낮아졌다.
산업은행은 연초 한국물 흥행 기록을 이어 나갔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17일 6억달러 발행에 81억달러의 주문이 몰렸다. 연초 이후 수출입은행이 35억 달러를 성공적으로 조달하며 포문을 열었고 포스코(20억 달러), SK하이닉스(25억 달러) 등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바탕으로 금리를 낮춰 발행했다.
산업은행은 긴축 우려가 재차 불거진 채권시장에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발행에 나섰다. 채권시장은 견고한 노동시장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 등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였다. 미국의 1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시장 예상치보다 세 배 이상 많은 51만여개로 집계됐다. 1월 실업률은 3.4%로 떨어져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워싱턴경제클럽 포럼에서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매우 강했다"며 "향후 데이터도 노동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추가 인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순조롭게 한국물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면서 다시 기업들이 글로벌 채권시장을 두드릴지 주목된다. 한국물 발행은 지난달 17일 우리은행 수요예측 이후 한동안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연초 이후 줄줄이 수요예측 흥행을 보였지만 원화채 발행시장이 뜨거워지며 외화채 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결과다. 국내 채권 발행시장은 연초 이후 우량한 신용등급을 가진 발행사에 자금이 몰리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수요예측에서 2조5850억원이 몰리며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9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에 나서기로 했다. 높은 수요에 당초 7000억원이었던 발행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아직 외화채 발행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많이 없는 상황"이라며 "산업은행이 잘 마무리돼, 시장 분위기를 봐가며 다시 회사들이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기준 'AA'이다. 무디스나 피치는 각각 'Aa2',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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