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2대.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3개 자동차 브랜드의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등록 대수다. 한국의 도로를 달리는 전체 승용차(약 2100만 대)의 0.02%가 ‘세계 3대 슈퍼카’ 소리를 듣는다. 억소리 나는 차값에도 불구하고 슈퍼카들은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1만 명 가운데 두 명꼴이라는 슈퍼카 오너 가운데 상당수는 정보기술(IT) 분야에 사리가 밝은 40대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곳보다 자신이 타는 것에서 더 큰 만족을 느낀다는 사람들이다. 콧대 높은 슈퍼카 브랜드들도 이들에게만은 자세를 낮춘다. 바닥에 붙을 정도로 낮게 깔린 서킷용 자동차 대신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대거 내놓는 이유다.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페라리는 지난해 10월 창립 이후 처음으로 4도어 4인승의 준대형 SUV ‘푸로산게’를 선보였다. 5억원이 훌쩍 넘는 자동차지만 출시하기도 전에 연간 생산물량인 3000대가량이 모두 팔렸다. ‘완판’ 사태에 지금은 예약조차 불가하다. 제로백 3.3초, 최고 시속 310㎞를 뽐내며 성능은 물론 운전의 즐거움과 편안함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고 자평한다.
람보르기니는 이탈리아만의 감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초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다. 람보르기니의 ‘우루스’는 푸로산게에 앞서 럭셔리카 부문에서 ‘슈퍼 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모델이다. 지난해 람보르기니는 우루스를 앞세워 국내에서 한 해 전보다 12.4% 늘어난 403대를 판매했다. 작년엔 슈테판 빙켈만 회장이 직접 방한해 후속 모델인 ‘우루스S’를 소개했다. 제로백 3.5초다. 시속 100㎞ 주행 중 완전 정지까지 걸리는 거리는 33.7m에 불과하다. 가격은 2억9000만원.
‘영국 신사의 차’로 불리는 애스턴마틴은 지난해 가장 강력한 SUV 모델 ‘DBX707’을 국내에 출시했다. 3억원이 훌쩍 넘는 이 차량은 제로백 3.3초, 최고 시속 310㎞로 달릴 수 있다. 애스턴마틴은 세계적 레이싱 대회 F1에서 존재감을 다지기 위해 브랜드 최초로 개발하는 하이브리드 슈퍼카 ‘발할라’를 최근 국내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999대만 한정 생산하는 이 차량은 제로백 2.5초, 최고 시속 350㎞의 놀라운 성능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하이퍼포먼스 럭셔리카 마세라티의 ‘MC20’는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카’로 불린다. F1에서만 볼 수 있던 기술을 도로 위로 옮긴 ‘네튜노 엔진’을 장착했다. 제로백 2.9초, 최고 시속 325㎞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격은 3억900만원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21대가 팔렸으며, 컨버터블 모델인 ‘MC20 첼로’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60대 이상 계약됐다.
영국 롤스로이스 역시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슈퍼 럭셔리카로 분류된다. 국내에선 지난해 4억~5억원이 넘나드는 ‘고스트’를 중심으로 234대나 팔렸다. 2018년 국내 연간 판매 100대를 돌파한 이후 매년 상승세다. 롤스로이스는 대표 플래그십 모델 ‘팬텀시리즈 Π’를 지난해 국내 출시했다. 2017년 선보인 8세대 팬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팬텀은 1925년 처음 등장한 이후 ‘세계 최고의 차’라는 명성을 누려왔다. 신형 팬텀의 가격은 7억~8억원으로 슈퍼카 중에서도 최고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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