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는 매우 주관적인 단어다(Need is a very subjective word).’
2003년 등장한 한 자동차 광고의 카피다. 이 카피 아래에는 ‘그 무엇과도 다른(Like nothing else)’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맞다. 자동차는 단순한 ‘굿즈’가 아니다. 현대 소비문화의 정점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의 다른 말이다.
남과 다른 ‘나’를 상징하려는 소수의 사람은 그중에서도 이른바 ‘슈퍼카’로 향한다. 이름 그대로 특별한 차. 한 대에 3억~5억원대에 이르는 이 차에서 슈퍼리치는 어떤 주관적인 필요를 발견하는 걸까.
슈퍼카에 대한 분명한 정의는 없다. ‘600마력 이상의 힘을 내야 한다’ ‘제로백(0→시속 100㎞ 가속 성능)이 최소 3초대는 돼야 한다’ ‘전량 수제작해야 한다’ ‘스포츠카의 DNA가 있어야 한다’ 등 설왕설래가 이어질 뿐이다. 그럼에도 슈퍼카로 인정받는 브랜드의 기준은 비교적 분명하다. 대당 30억원을 호가하는 부가티부터 람보르기니, 맥라렌, 페라리, 애스턴마틴, 벤틀리, 롤스로이스 정도가 슈퍼카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도로 풍경을 바꾼 것 중 하나는 슈퍼카다. 시장 규모가 어느 곳 못지않다. 대당 3억원 안팎에 파는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국내에서 403대 팔렸다. 2021년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전체에선 935대를 출고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로 비교하면 한국은 중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슈퍼카 판매만큼은 절반에 가깝다. 페라리가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푸로산게의 아시아 프리미어를 한국에서 연 이유다.
누가 슈퍼카를 탈까. 아직은 강남의 도로에서 굉음을 내며 달리는 젊은 층을 상상하기 쉽다. 오해에 가깝다. 길을 달리는 슈퍼카 10대 중 4대의 주인은 40대다. 지난 5년간 람보르기니를 구매한 개인 중 39.7%가 40대. 30대는 20.5%, 20대는 3.1%에 불과했다. 1980년 전후에 태어난 ‘영 포티’들은 어느새 슈퍼카 시장의 큰손이 됐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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