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는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 김정은과 손을 잡고 처음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그제 북한 건군절 행사장에서는 나이 많은 장성이 병풍을 친 가운데 김정은과 이설주를 양옆으로 한가운데 앉았다. 김정은과 단둘이 손잡고 레드카펫을 밟고, 열병식 귀빈석에 앉아 신형 고체연료 ICBM 등 무기들의 행진을 지켜봤다. 김정은이 연설에서 “혁명의 전위 부탁” “계승 또한 위대” “후손 만대를 위해”라고 한 것을 두고 4대 세습을 위한 우상화 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주애에 대한 호칭도 지난해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에서 이번에 ‘존경하는~’으로 바뀌었다.
독재자 이미지 희석, ‘핵만이 자녀들 미래 보장’ 부각을 통한 주민 불만 무마, ICBM 흥행을 위한 바람잡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백두혈통’이 북한의 유일 지도체제라는 것을 과시하고 대를 이은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임은 분명하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3대는 숱한 광기 어린 ‘피의 숙청’을 통해 세습 왕조를 구축했으니 이를 쉽사리 놓을 리 있겠나.
의도가 무엇이든 가치관이 성숙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대량살상무기를 보여준 것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21세기에 이런 기괴한 체제가 또 어디 있나.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굶어 죽는 주민이 속출하면서 ‘제2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생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김정은은 어린 딸까지 데리고 대규모 동원 행사를 하는 등 핵·미사일 놀음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김씨 왕조의 ‘위대한 지도자 코스프레’는 언제까지 통할까.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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