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이 글로벌 명품업계의 명실상부한 ‘큰손’으로 떠오른 실상을 보여주는 일단이다. 럭셔리산업의 본거지인 유럽에서는 “한국은 세계 명품시장의 별”(이탈리아 전국지 ‘일 솔레 24 오레’)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1인당 소비는 세계 최대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0만4000원)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을 제쳤다. 이에 따라 명품으로 분류되는 해외 주요 브랜드는 급을 가리지 않고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2021년 이후 한국 직진출을 선언한 명품 브랜드는 총 9개다.
메종마르지엘라, 질샌더 등을 보유한 OTB그룹은 한국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톰브라운 역시 삼성물산과의 10년 계약을 종료하고 톰브라운코리아를 세울 예정이다.
이미 진출해 있는 명품 브랜드의 한국 시장 공략도 거세다. 티파니는 2021년 50억원을 들여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한 달간 250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찌가 2021년 5월 서울 한남동에 선보인 ‘구찌 가옥’은 MZ세대의 ‘핫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앞서 4월엔 디올이 서울 성수동에 연면적 1500㎡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명품 기업들의 인사 정책에서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음을 엿볼 수 있다. 과거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본부장은 통상 홍콩이나 일본 법인에서 나왔다. 하지만 요즘은 한국지사가 아·태 지역을 맡는 브랜드가 많다. 버버리와 보테가베네타는 한국지사장이 일본과 아시아 지역 전체 사업을 총괄한다.
한류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K팝 스타들은 중국 등 아시아와 남미에서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2021년엔 그룹 엑소의 멤버 카이가 구찌와 함께 출시한 177만원짜리 니트가 중국에서 판매 시작과 동시에 동 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명품 기업들이 글로벌 패션쇼를 한국에서 여는 사례도 늘고 있다. 디올이 지난해 5월 서울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개최한 게 대표적이다. 구찌도 오는 5월 한국에서 ‘크루즈 패션쇼’를 연다.
명품 브랜드들은 중국에서 받은 타격을 한국 등에서 만회했다. 버버리의 경우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이 전년보다 23% 감소한 가운데 한국(10%) 일본(28%)에서 증가하며 충격이 작았다.
배정철/박종관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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