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보다 파산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부채를 버틸 수 없는 한계기업들이 탈락하며 벌어진 현상이다. 그동안은 회생 기업이 많았지만, 경기 악화에 고금리 상황까지 장기화할 조짐이어서 조만간 파산기업 수가 회생 기업 수를 추월하는 역전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생 신청 기업과 파산 신청 기업 수의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법인 회생 제도 도입 초기인 2007년도에는 파산 신청이 회생보다 많았지만, 그 후 줄곧 회생 신청 건수가 파산보다 훨씬 많았다. 2017년에는 회생 신청이 1780건, 파산 신청이 587건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러다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정책자금 회수 지연 등으로 회생 신청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파산 신청과의 격차도 236건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는 파산 신청이 늘어나며 그 격차가 43건까지 줄었다. 이는 통계 기록 이후 가장 작은 격차다. 예전 같으면 회생을 신청할 업체들도 파산으로 직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동욱 법률사무소 서울 변호사는 “과거엔 회사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회생과 파산을 놓고 고민하는 오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뿐 아니라 20년 이상 중소기업을 운영한 50~60대 오너들도 ‘파산하겠다’며 찾아온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치 하락도 파산 기업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오너들이 가지고 있는 공장 부지와 개인 부동산의 가치 하락으로 기대만큼 부동산 담보 대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부족한 운영자금을 대출로 메우지 못해 파산을 선택하는 기업도 꽤 된다”고 했다.
이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경영난을 겪는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 인하 등의 조처가 필요하지만, 현재 금리 여건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경제의 거시환경이 악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극심한 위기는 아니더라도 기업 줄도산은 경기에 작지 않은 영향을 주는 만큼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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