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가 싫다. 나는 학교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 아니 그 이상이다. … 내 인생이 끝장나고 말았다.’
<35㎏짜리 희망 덩어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바로 ‘세 살까지는 행복했다고 할 수 있다’라는 문장이 이어진다. 세 살 5개월 때부터 유아원에 다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단 몇 줄만 읽고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학교가 좋고, 공부하는 일이 행복한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과정을 하나하나 거치며 공부해야 훌륭한 사회인에 안착할 수 있으니 어쩌랴.
이 소설의 주인공 뒤보스크 그레구아르는 결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중학교 1학년 때 중대 기로에 선다.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가지 않고, 철자법도 잘 모르고, 수학도 사회도 꼴찌여서 골칫거리였던 그레구아르는 체육시간에 안마를 하다가 중요 부위를 부딪쳐 소동을 일으킨 일로 퇴학당하게 된다. 정말로 아파서 ‘아아아아’ 비명을 지를 때 아이들을 웃기기 위해 꾸며낸 것으로 생각한 베를뤼롱 선생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체육복을 챙겨오지 않거나 운동을 제대로 못하는 그레구아르에게 알림장 가득 벌점 딱지를 붙였던 그녀는 결국 퇴학 처분을 내린다. 퇴학당한 그레구아르는 과연 어떻게 될까.
1993년 가톨릭계 중학교의 교사가 되었고, 10년 동안 프랑스어와 문학을 가르쳤다. 작가 활동은 둘째 아이를 낳은 1999년 작은 출판사에서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를 내면서 시작했다. 이후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 38개 언어로 번역됐다.
가발다가 쓴 첫 번째 청소년 소설 <35㎏짜리 희망덩어리>는 평론가와 독자들에게 열렬한 찬사를 받으며 그해 가장 많이 팔린 프랑스 소설에 등극했다. 이 소설이 각광받은 이유는 짧은 이야기 속에 감동 포인트가 많기 때문이다.
겨우 열세 살에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그레구아르는 과연 구제 불능의 문제아일까? 유치원 때 그레구아르를 가르친 마리 선생님은 성적표에 ‘이 소년은 여과기 같은 머리와 요정의 손가락, 넓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기록했다. 그레구아르는 엄마가 앉아서 편하게 다림질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드는가 하면 고장난 잔디 깎는 기계를 고칠 정도로 손재주가 좋다.
그레구아르의 최대 응원자인 레옹 할아버지는 퇴학당해 의기소침한 손자를 격려하며 토끼를 이긴 거북이 얘기를 들려준다. “거북이가 왜 이겼는지 아니? 용기 있고 꿋꿋하고 착하기 때문이었지. 너 역시 용기 있는 아이다.”
부모님이 지원서를 넣은 여러 학교에서 다 퇴짜맞고 형편없는 학교에 들어간 그레구아르는 정말 가고 싶은 기술학교 그랑-샹중학교에 편지를 보낸다. 체력이 약한 골칫덩어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35㎏짜리 희망덩어리’라고 소개하면서 일곱 살 때 만든 바나나 껍질 벗기는 도구의 설계도를 첨부한다.
용기를 주는 레옹 할아버지,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유치원 선생님, 좌절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그레구아르를 만나보라. 간혹 자신이 골칫덩어리로 변할 때 따뜻한 그레구아르를 떠올리면 재빨리 희망덩어리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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