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인터뷰
사실상 승기 잡은 이수만-하이브 연합
얼라인 실수 ①무리한 유증 ②최대주주 적대시
라이크기획 종료로 명분은 지켜…"KCGI와는 달라"
에스엠을 둘러싼 주주행동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시장에선 지금껏 우위를 지키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수세로 몰리게 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막지 못했다는 점과 최대주주를 지나치게 적대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오스템임플란트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벌였던 KCGI 역시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한경 마켓PRO는 일련의 행동주의에 대한 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을 블라인드 인터뷰 방식으로 솔직하게 담아봤다.
얼라인은 에스엠에 대해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면서 작년 이래 줄곧 우위를 지켜왔다. 최근엔 이수만 총괄 처조카인 이성수 대표까지 자기 편으로 포섭하기도 했다. 그런 얼라인이 왜 금세 수세로 몰렸을까. 시장에선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는 카카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막지 못했단 것이다. 명분이 가장 중요한 행동주의에 크게 흠집이 났단 얘기다. 펀드매니저 B씨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주체가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유상증자를 용인했다는 얘기"라며 "이수만 총괄도 나쁜 사람이지만 과연 얼라인은 떳떳한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고 말했다. 특히 B씨는 카카오의 유상증자가 주당 9만1000원에 이뤄져,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라 봤다.
앞서 한진칼에 대해 KCGI가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은 한진칼 측에 긴급한 자금 수혈 이유가 있다고 해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인수 대상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적자와 부실이 누적되어 존속이 불확실해지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있어 한진칼이 거래상 지위를 보전할 유인이 있다고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한진칼의 부채비율은 150%, 대한항공은 약 700%, 아시아나항공은 2400%에 육박했다. 부채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마땅히 자금 수혈의 이유가 있었단 논리다. 당시 법조계에선 원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을 법원이 정면으로 허용하는 건 거의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주목했었다. 즉, 그만큼 긴급한 경영상 이유를 합당하게 설명하지 않는 한 이수만 총괄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KCGI도 최대주주 등돌려 캠페인 조기종료
얼라인으로선 캠페인 막바지에 사태가 의도한 방향과 반대로 흘러가는 건 당황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캠페인 초기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던 라이크기획 문제는 말끔히 해소시켰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행동주의펀드가 목표로 한 일, 즉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시켜 밸류에이션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충분히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KCGI와 다르다. KCGI는 최대주주를 적으로 돌렸다가 명분도 챙기지 못한 채 캠페인이 조기종료당하는 곤욕을 겪었다. KCGI는 목표하던 대로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채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애초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최대주주를 섣불리 적으로 돌린 탓이라고 본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CIO) C씨는 "MBK가 메디트를 인수했을 때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다"라며 "치과의사 입장에선 한 업체에서 여러 기구를 한꺼번에 조달받길 원하기 때문에, 구강스캐너 회사를 사면 임플란트 회사도 사서 붙여야 사모펀드 입장에선 밸류에이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씨는 "그런 수요가 있는 MBK는 오랫동안 최대주주와 협상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KCGI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최대주주를 압박했고, 최대주주로 하여금 자신에게 우호적인 MBK에 지분을 떠넘기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C씨는 "행동주의는 명분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KCGI는 한진칼부터 오스템임플란트까지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주가가 중요하다는 인상을 남기는 부정적인 사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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