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 동력이 생겼다는 평가와, '전주'로 기소된 또 다른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 받아 기소까진 어렵다는 평가가 함께나오는 등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주가조작 선수와 공모는 인정...'전주'는 무죄
이날 법원은 권 전 회장은 도이치모터스는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와 증권사 직원 김모씨에게 주가조작을 부탁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씨는 2009년 12월경 권 전 회장에게 부탁을 받고 주가관리 및 시세조정을 의뢰한 인물이다. 김씨는 2010년 10월경 별도로 권 전 회장과 만나 시세조정에 가담했다.재판부는 2010년 이후 주가조작에 대해 "증권사 직원 김씨가 주포"라며 "김씨가 증권가 네트워크 등을 이용하여 모집한 전주와 계좌에 의한 시세조종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세조작 혐의에 대해 권 전 회장과 김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 2~3억6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이모씨가 주포로 주가조작을 시행한 시기는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0월 이전으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시세조작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날 이 사건의 '전주'로 지목돼 함께 기소된 손모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큰손 투자자 혹은 이른바 전주에 해당할지언정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명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건희 특검 두고 엇갈린 평가
이 사건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거나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시기에 거래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이목이 집중돼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의 유죄가 인정된 만큼 '특검론'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 김 여사가 증권사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를 직접 지시하는 내용 등의 녹취록이 나온만큼, 김 여사가 단순히 전주로서 연루된 것인지 공범인지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에서 지난해 9월 당론으로 발의된 상태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특검까지 가긴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이씨가 공소시효 만료로 시세조작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전주'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 역시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씨를 통해 계좌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법원은 이씨의 범죄에 대해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면소했다. 검찰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주가조작을 포괄일죄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주포, 시세조종에 이용할 계좌와 자금의 모집 방법, 이용된 계좌주, 범행의 구체적 방식, 주가 변동 정도와 거래량 모두 상이하다"고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법원은 '전주'로 기소된 손씨에 대해서도 공모 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하거나 주식 거래를 대리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관계자들이 직접 입을 열지 않는 이상, 단순 전주로 결론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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