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률 90%라더니 사람이 없어요"…둔촌주공 현장 '썰렁'

입력 2023-02-10 15:44   수정 2023-02-10 15:51


"예비당첨자 계약이 90% 마감이라길래 종종대며 나왔는데, 예상보다 휑하네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예비당첨자 계약 넷째 날인 10일 오전, 모델하우스를 찾은 한 당첨자는 "인기가 많다기에 혹여나 늦게 도착해 좋은 집을 놓칠까 긴장하면서 왔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날 모델하우스 주변은 계약률이 90%에 달하고 오픈런이 벌어졌다는 소문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은 일반분양으로 936가구가 나온 전용 59㎡ A형 예비당첨자 접수가 이뤄졌다. △오전 10시 200명 △11시 350명 △12시 300명이 배정돼 하루 동안 850명이 몰릴 예정이었지만, 정작 인파로 견본주택이 북적이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예비번호 1번부터 200번까지 배정된 오전 10시에는 약 70명이 참여했다. 입장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은 성사됐지만, 당첨자가 절반도 오지 않은 탓에 주변은 한적했다. 이어 11시에도 350명이 와야 했지만, 입장시간 전 모델하우스에 미리 도착해 기다린 인원은 십여명에 그쳤다. 예상보다 적은 인원에 시공사업단 관계자들은 "11시 입장하실 분 더 안 계시냐"며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저조한 참석율에 당첨자들은 "계약률 90%가 맞는 말이냐"고 의문을 드러냈다. 전날 모델하우스에는 전용 84㎡ 예비당첨자 계약을 받았다. 오픈런과 함께 계약률 90%를 달성했다는 일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당첨자 정모씨는 "전용 59㎡도 전용 84㎡ 못지않게 인기 많은 면적"이라며 "계약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면 지금도 사람이 더 많아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계약을 마치고 나온 이들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했다면 계약에 성공한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울 일이지만, 남은 가구 수가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정작 모델하우스 내부에서도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10시 입장한 당첨자 권모씨는 "전용 59㎡ A형 936가구 가운데 약 280가구가 남아있었다"며 "인기 면적이라 얼마 남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체의 3분의 1 가까이 남아서 의외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좋은 동·층수를 뽑아 계약하기로 했지만, 옆에서는 저층을 뽑아 계약을 포기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10시에 입장한 당첨자 박모씨는 계약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중층만 되더라도 계약하려 했는데 1층이 나왔다. 분양가가 10억원인데, 나중에 팔 시점까지 생각까지 하면 손해일 수 있겠다 싶다"며 "무조건 계약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아내와 상의해 계약 여부를 정하려 확인증을 받고 나왔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1차 계약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계약 포기로 간주한다.

10시 입장한 당첨자들이 모델하우스에서 나오자, 11시 입장을 기다리던 당첨자들의 질문 세례도 쏟아졌다. 남아있는 중층 이상 가구 수가 최대 관심사였다. 당첨자들은 저층이 뽑힐 경우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10억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주고 굳이 저층을 살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250번대 번호를 받은 이모씨는 "앞번호를 못 받아 아쉬웠는데, 생각보다 참여자가 적어 다행"이라며 "좋은 층이 뽑히면 계약하겠지만 1층이 나오면 포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첨 후 포기하면 청약통장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에 그는 "어차피 가점이 높지도 않다"고 답했다.

400 번대 임모씨도 "저층은 필로티 2층이 마지노선"이라며 "분양가가 10억원이다. 1층을 그 돈에 사야 할 정도로 둔촌주공이 좋은 단지라 생각하진 않는다. 비슷한 가격의 기축 아파트를 사겠다"고 의견을 보탰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오는 13일까지 예비당첨자 계약을 받는다. 11일 전용 59㎡ A형 잔여 물량과 전용 29·39㎡ 계약이 진행된다. 12일에는 전용 49㎡가, 13일에는 전용 59㎡ B형이 예정됐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가 5배수(500%)인 전용 59㎡와 전용 84㎡는 예비당첨에서 끝날 것"이라며 "소형 면적에서는 잔여 물량이 발생하겠지만, 3월께 무순위 청약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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