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찰풍선과 新냉전

입력 2023-02-10 17:57   수정 2023-02-11 00:18

제1차 냉전 시기였던 1960년 5월 파리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소련은 미국 중앙정보국 U-2 정찰기를 격추했다. 미국은 소련의 격추를 맹비난했다. 사고기는 기상 상황을 살펴보는 중이었으며 실수로 소련 영공에서 항로를 이탈했다고 주장했다.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파리 회담에서 미국을 거세게 비난했다. 냉전 해빙을 목표로 했던 회담은 결렬됐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62년 10월 미 공군 장교는 러시아의 핵무기 실험에 따른 대기 중 입자를 수집하는 임무를 띠고 알래스카에서 이륙했다. 이륙 직후 그의 비행기는 악천후 속에서 항로를 이탈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소련 영공이었고, 조종석 라디오에서는 떠들썩한 러시아 민속 음악이 흘러나왔다. 타이밍은 매우 나빴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소련이 카리브해 섬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란 증거를 발견한 지 2주 만이었다.
쿠바 위기 상기시킨 풍선
그날 오후 로버트 맥너마라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은 일촉즉발의 핵 위기 속에서 미 조종사 한 명이 소련의 영공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을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조종사는 다행히도 군사적 충돌 이전에 탈출에 성공했다. 1주일 뒤 미국과 소련은 냉전 최악의 위기를 끝내기로 합의했다.

때때로 세계 지도자들은 역사의 반복에 대한 카를 마르크스의 격언을 증명하고 싶어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엔 비극, 다음엔 희극으로’란 격언이다. 비극에 가까운 두 순간에 비하면 중국 스파이 풍선엔 약간의 희극적인 요인이 있다. 풍선은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연상시킨다. 초음속 제트기 시대에 풍선이라니.

하지만 역사는 이 같은 사건이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정치인들이 움직이고, 외교 전략 방향이 바뀔 수 있다.

1960년 미국에선 소련의 경쟁력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더 큰 군사적 외교적 위험을 감수했다.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라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한 지 불과 3년 만이었다.

미 정찰기 격추는 2년 뒤 쿠바 위기로 이어졌다. 흐루쇼프는 당시 크렘린궁의 강경파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흐루쇼프의 보좌관 중 한 명인 아나스타스 미코얀은 이 사건에 대해 “냉전 종식이 15년 미뤄진 것은 흐루쇼프의 잘못”이라고 회고했다.
中 의도 신속하게 파악해야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미 정부는 중국 풍선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고, 격추하기 전까지 풍선이 전국을 떠돌며 정보를 수집해 중국으로 전송하도록 내버려뒀다.

이번 풍선 사건이 ‘쿠바의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내 정치적 입지와 대만 정세, 미국의 대응력 등을 타진하며 냉전 때처럼 판돈을 올리고 있는가. 1960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처럼 적국에 정찰기를 보낼 정도로 내몰렸는가. 아니면 1962년 흐루쇼프와 같이 국제사회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자국 내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가. 아마도 이를 파악하는 데 15년의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China’s Balloon Recalls Cold War Crise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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