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서>(김수련 지음, 글항아리)는 서울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7년간 일한 간호사가 펴낸 에세이다. 저자는 “나는 실체를 가진 간호사로서 침묵을 깰 의무를 지닌다”며 펜을 들었다. 그는 간호사로서 자신을 ‘밑바닥 존재’로 규정했다. 정직하고 차분한 문체로 병원에서의 경험담을 담담히 풀어나간다.
간호사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주사를 놓거나 환자의 대변을 치우고 손발을 닦는 일 말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책에 자세히 써내려갔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간호사들이 다섯 배 많은 병상을 감당하며 ‘착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책 속에는 신규 간호사 시절 맞닥뜨린 ‘태움 문화’도 묘사돼 있다. 선배 간호사의 괴롭힘은 여러 양상을 보인다. 언어 폭력뿐 아니라 신체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저자는 격무에 시달려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겪는 와중에 태움까지 겹친 본인의 20대 시절을 떠올리며 “노인처럼 늙어가면서 가끔 머릿속에 죽음을 떠올렸다”고 썼다.
<오진다 오력>(김승주 지음, 들녘)은 1993년생(31세), 8년 차 여성 항해사의 에세이다. 저자는 보기 드물게 화물선을 타는 여성 일등항해사다. 1년의 절반 이상을 배 안에서 생활하는 그는 배에서의 삶이 마치 인생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바다는 불친절하고, 내다볼 수 없으며,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삶의 축소판 같다.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청춘에게 공감과 용기를 전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배 안에서 ‘오력’을 키우기 위해 시도한 방법과 일화를 소개한다. 오력은 정신력과 체력, 지구력, 사교력, 담력을 말한다. 독자가 함께 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직접 기록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룸 2.58>(김도영 지음, 깊은나무)은 현직 교도관이 쓴 글이다. 이 책은 범죄자들과 24시간 부대끼며 살아가는, 어떻게 보면 그들을 가장 잘 아는 교도관의 이야기다. 저자는 교도관인 동시에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범죄 예방을 강의하는 범죄 인문학자다. 범죄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웃으로 살아갈 그들과 나눈 감정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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