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상호(商號)는 상인이 영업 활동을 하면서 자기를 표시하는 이름이다. 브랜드 네임처럼 자기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경쟁자와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정보 데이터(2022년말 기준)를 이용해 서울과 부산의 음식점 상호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음식점을 한식, 분식, 일식, 양식, 중식 등으로 구분한다.
서울은 한식 음식점이 4만1045개로 가장 많았고, 분식(1만88개), 일식(8487개), 양식(7435개), 중식(3892개) 등의 순이었다. 부산도 한식(1만8962개)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해안 도시답게 2위는 일식(5195개)이 차지했고, 분식(4217개), 양식(2467개), 중식(1825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식, 분식, 일식의 경우 서울과 부산 모두 4음절에 이어 5음절이 많았다. 그래서 4음절과 5음절인 가게가 절반 정도됐다. 음절 수 비중 3위는 3음절과 6음절이 지역과 음식점 종류에 따라 달랐다. 서울은 한식과 일식에서 3음절, 분식에서 6음절이 세 번째로 많았고, 부산은 한식 3음절, 분식과 일식 6음절이 세 번째였다.
음식점 상호의 음절 수 분포를 종합해보면, 한식과 중식의 경우 서울과 부산이 비슷했다. 그리고 서울과 부산 모두 한식에 비해 중식이 가게 이름의 글자 수가 적었다.
분식집 가게 이름은 서울에 비해 부산이 길었다. 서울은 3음절이 10%로 음절 수에서 4위였지만, 부산은 7음절이 9.4%로 4위였다. ‘기장밀면전문점’, ‘사진관옆국수집’, ‘다다믄충무김밥’, ‘남천할매떡볶이’처럼 부산 분식집 10곳 중 1곳은 가게 이름이 일곱 글자였다.
양식은 서울과 부산 모두 5음절이 가장 많았고, 4음절, 3음절, 6음절 등의 순이었다.
이에 비해 부산의 한식 음식점은 ‘돼지’를 상호에 포함한 경우가 4.6%에 달했다. 부산의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은 이 비율이 2.7%였다. 이밖에 ‘족발’이 3.2%, ‘고기’가 2.6%, ‘숯불’이 2.3% 등이었다. 이 단어들이 부산 한식 음식점 상호를 대표한다고 할만하다.
분식의 경우 서울과 부산 모두 ‘김밥’, ‘떡볶이’, ‘국수’, ‘분식’ 등 4개 단어가 대표 단어로 나타났다. 이 단어들이 포함된 분식집의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일식은 서울에선 ‘스시’(11.2%), ‘참치’(5.7%), ‘수산’(5.0%), ‘초밥’(4.3%), ‘아구’(3.8%), ‘장어’(3.8%) 등이 비교적 골고루 쓰였다. 이와 달리 부산에선 ‘횟집’이 19.4%(‘회집’은 4.0%)로 압도적이었고, ‘수산’(7.8%), ‘장어’(7.0%), ‘아구’(6.6%), ‘스시’(5.7%) 등도 상호에 많이 사용됐다.
양식은 서울과 부산 모두 ‘돈까스’와 ‘파스타’가 많이 쓰였다. ‘돈까스’는 부산 양식집 상호의 10.5%에 사용됐다.
중식의 경우 서울에선 ‘마라’가 상호에 들어간 중식집의 비율이 15.6%를 기록했다. ‘짬뽕’(7.3%)이나 ‘중화’(3.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부산에선 ‘반점’이 21.8%로 가장 높았고, ‘짬뽕’(10.1%), ‘마라’(6.7%), ‘짜장’(6.0%) 등의 순이었다.
이번 분석에서 음식점 상호 중 ‘네 글자’ 가게 이름이 가장 많았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자기 가게를 ‘네 글자’로 어필하려는 음식점 주인들이 많다는 의미다. 브랜드 네임에서 4음절이 어떤 강점이 있을지 관심을 가질만하다.
음식점 상호에 자주 쓰이는 단어를 분석한 결과, 부산은 서울과 달리 한식, 일식, 양식 등에서 월등히 많이 쓰이는 대표 단어가 존재했다. 이는 서울에 비해 부산 음식점 상호의 다양성 수준이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부산 음식점 상호에서 더 많은 새로운 시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중식집 상호에서 상대적으로 ‘과거형 단어’인 ‘반점’이 많은 것은 향후 부산에서 ‘마라’의 인기가 더 높아질 여지가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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