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이상의 일이 일어나는 곳.’
미국 골프계가 ‘광팬들의 메이저’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WM 피닉스오픈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음주·고성방가가 허락되는 관계로 해마다 PGA투어 대회 중 가장 많은 60만 명 이상의 갤러리가 모이고, 그래서 해프닝이 끊이지 않는다.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TPC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WM 피닉스오픈이 올해도 골프 이외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올해 가장 주목을 받은 사건은 대회 2라운드 때 코스에 난입한 숀 매코널(27)이라는 남성이 벌였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위크에 따르면 매코널은 16번홀에서 수영복만 입고 필드에 난입했다. ‘콜로세움’으로도 불리는 이 홀은 약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4층 규모의 스탠스가 홀을 둘러싸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안에서 음주는 물론 고성방가도 허용돼 해마다 치열한 자리 쟁탈전이 펼쳐진다.
이 홀에서 그린 위까지 침범한 매코널은 깃대를 총처럼 들고 하늘에 쏘는 시늉을 한 뒤 보안요원들이 들이닥치자 곧바로 홀을 빠져나갔다. 곧바로 17번홀로 향한 그는 페어웨이를 가로지른 뒤 그린 옆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기도 했다. 매코널의 난행은 18번홀 티박스에서 기다리던 보안요원들이 그를 붙잡으면서 끝났다.
현지 수사당국은 이번 사안을 해프닝 정도로 여기지 않는 모습이다. 골프위크에 따르면 매코널은 현재 무단침입, 난폭행위,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기소돼 구금됐다. 2018년에도 16번홀에서 한 20대 남성이 나체로 춤을 추다가 체포돼 1급 경범죄로 기소된 적이 있다.
16번홀 좌석을 선점하려 해마다 벌어지는 ‘오픈런’은 올해도 이어졌다. 골프위크에 따르면 일부 갤러리는 좋은 좌석을 선점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대회장 앞에서 잠을 잤고, 새벽 2시께 일어나 줄을 섰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입구에 경찰관이 배치되기도 했다. 아침에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16번홀은 한 시간도 안 돼 ‘만원 관중’이 됐다고 한다.
대회 조직위원회 측은 너무 많은 관중이 몰리는 것을 우려해 91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2·3라운드 입장권에 수량 제한을 걸어두기도 했다. 그런데도 모든 티켓이 1라운드 중에 팔렸을 정도로 여전한 인기를 자랑했다.
이 대회는 2019년부터 관중 집계를 하지 않고 있지만, 언론은 올해 약 70만 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다. PGA투어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은 2018년 이 대회가 기록한 71만9179명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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