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신도시 특별법)을 공개하자 조기에 혜택을 받을 단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당 등 신도시 일각에선 재건축 추진 단지 급매물을 물색하는 발빠른 수요자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30만여 가구의 1기 신도시가 일시에 재건축을 할 수는 없는 만큼 사업성이 높고 고밀개발에 적합한 단지부터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신도시 내에서도 사업 시기가 10년 이상 차이 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는 단지는 재건축 실현 여부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는 사업성과 고밀개발 적합성을 갖춘 1순위 수혜 단지로 꼽힌다. 직사각형으로 접한 4개 단지(총 7769가구)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며, 주변 생활 인프라가 풍부해 사업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다만 소형 가구와 대형 가구 조합원들 간 이해관계 조정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분당선 정자역 주변의 느티마을과 상록마을 단지들도 유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용적률 200%가 넘어 재건축 전망이 어두웠던 군포시 산본과 안양시 평촌도 용적률 상향 혜택을 받아 사업에 나설 전망이다. 지하철 4호선 평촌역 범계역 일대와 산본역 주변 등 역세권 단지들이 선도지구로 유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역세권은 지자체가 쉽게 용적률을 높여줄 수 있고 사업성 확보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일산은 대부분 단지가 역세권·고밀개발 요건을 충족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지와 사업성 등이 선도지구 선정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의중앙선 일산역 역세권의 후곡마을 3·4·10·15단지는 이미 대규모 블록 단위 통합정비사업을 준비 중이다. 4개 단지의 가구 수는 총 2564가구에 달하며 용적률은 181% 수준이다. 부천시 중동도 마찬가지로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과 신중동역 주변에 ‘슈퍼블록’ 형성이 가능한 단지들 가운데 추진 의지가 강한 곳이 선도지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목동, 중계 등 택지지구도 특별법 수혜가 예상된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과 디자인 건축 인센티브 등 독자 정책을 시행 중이나,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특별법에 따른 개발을 대폭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목동은 현재 지구단위계획에 불만을 품은 1~3단지 주민들이 특별법 적용을 요구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창동 택지지구도 특별법의 100만㎡ 요건에는 미달하지만 ‘동일 생활권 지구’로 인정돼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창동역에는 GTX-C 열차가 정차할 예정이다.
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국토부의 마스터플랜 확정, 지자체 선도지역 선정, 조합 설립 등 많은 절차가 남아 있어 기간이 더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 재건축 호재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만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젊은 세대일수록 현재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해 재건축 기대로 불편을 참고 낡은 집에 사는 ‘몸테크’는 피한다”며 “재건축 호재가 조기에 집값에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현일/오유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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