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싱글몰트 위스키에 취했다"…'술꾼' 김창수의 도전 '완판 행진'

입력 2023-02-12 17:44   수정 2023-02-20 20:02



애주가들 사이에서 요즘 필수 소장품으로 떠오르는 제품이 있다. ‘김창수위스키’다. 작년 4월 ‘1호’가 나온 이후 약 5개월 간격으로 한 번에 300병 정도 내놓고 있는데, 나올 때마다 며칠 만에 품절된다.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희소성이 부른 완판 행진이다. 김창수위스키증류소라는 법인을 운영 중인 김창수 대표(사진)는 12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만 두고 10년 넘게 달려왔다”며 “‘가장 맛있는 위스키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김창수위스키’라고 답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판 매직’ 만든 韓 최초 디스틸러
김 대표는 ‘한국인 최초의 위스키 디스틸러(증류주 생산자)’다. 그는 발효기, 증류기 등의 제반 설비를 설계하고 주문·제작해 위스키 원액을 직접 제조한다. 2020년 경기 김포에 세운 김창수위스키증류소는 국내에 단 두 개뿐인 위스키증류소 중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한국·미국·스코틀랜드인이 주축이 돼 비슷한 시기 문을 연 쓰리소사이어티스증류소다. 한국인 디스틸러가 양조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증류소는 김창수위스키증류소가 유일하다

주류업계 시각에서 보자면 그는 혁신가면서 동시에 몽상가다. 고유명사처럼 굳어 버린 ‘스카치 위스키’에 도전장을 냈다는 점에서다. 김 대표는 “스코틀랜드가 위스키 시장과 트렌드를 조성한 나라이기 때문에 스카치 위스키가 기준이 되고 있는데, 저는 이걸 ‘스카치 위스키 사대주의’라고 표현한다”며 “잘만 만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위스키를 충분히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차 큰 한국 기후, K위스키 개성으로
김 대표가 지난해 4월 출시한 첫 위스키 라벨에는 ‘우리나라도 위스키 만든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는 2014년 스코틀랜드에 양조 비법을 배우러 갔다가 무려 102번 퇴짜를 맞았다. ‘한국산 위스키’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배경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기후환경이 K위스키만의 개성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기후로 위스키 숙성 속도가 빨라지면서 스코틀랜드산과는 다른 개성의 위스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수종 참나무로 만든 캐스크로 한국만의 독특한 향을 입힐 수 있다고도 말했다.

위스키를 잘 제조하는 것만큼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창수위스키 3호 캐스크 276병 중 가장 많은 물량(38병)이 GS리테일에 공급된 이유다. 그는 “우리 제품을 잘 판매해줄 수 있느냐를 고민한 끝에 패키지 제작과 유통방식 등에서 가장 많은 신경을 쓴 곳에 최대 물량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요즘 김 대표의 고민은 ‘확장’이다. 올해 신규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통주의 본향인 경북 안동이 유력 후보지다. 새 증류소가 본궤도에 오르는 2027년께에는 지금보다 10~20배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위스키와 소주 모두 곡물로 제조하는 증류주”라며 “위스키 양조 기술을 활용한 소주도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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