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신성장 동력 고민…표정 밝지않은 통신 3사

입력 2023-02-13 16:20   수정 2023-02-13 16:21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깜짝 놀랄 만한 일은 없었다. 통신 3사는 사상 최대 매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등인 LG유플러스조차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 ‘1조 클럽’에 들었다. 예상됐던 일이다.

실적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통신 3사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다. 성장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과거 통신 3사 간에는 ‘혈투’가 흔했다. 서로가 서로의 고객을 빼앗아 오고 더 많이 성장하고 더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기 위해 애썼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5세대(5G) 통신 요금제를 쓰는 사람은 늘었지만 더 빠른 통신 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한 투자는 전처럼 서두르는 분위기가 없다. 아직 오지 않은 6세대(6G) 통신은 어떤 주파수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기준조차 서 있지 않다. 28㎓ 투자를 하라고 정부가 채근을 거듭해도 영이 잘 서지 않는다.

통신사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추후 6G가 본격화될 때까지는 실탄을 아낄 필요도 있고, 인공지능(AI), 콘텐츠, 메타버스, 에어택시(UAM) 등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도 ‘1조 클럽’ 가입
13일 각사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모두 4조3835억원에 달한다. 2021년에는 4조380억원을 기록해서 처음으로 4조원을 넘겼는데, 1년 사이에 이익 규모가 8.6% 늘어났다.


통신사별로 살펴보면 SK텔레콤이 매출 17조3050억원(증가율 3.3%), KT가 25조6500억원(3.0%), LG유플러스가 13조9060억원(0.4%)을 기록했다. 매출은 조금씩 늘었는데, 이익 규모는 더 많이 늘었다. SK텔레콤은 1조6121억원(16.2%), KT는 1조6901억원(1.1%), LG유플러스는 1조813억원(10.4%)이었다. KT에 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게 두드러진다.

5G 통신이 보급된 지 3년째가 되면서 5G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난 것이 이익폭 증가에 영향을 줬다. 작년 말 기준 SK텔레콤의 5G 서비스 가입자는 1339만3000명(회선), KT는 848만3000명, LG유플러스는 611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36%, 33%, 32%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제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가입자당 매출은 소폭 하락
통신사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입자(회선)당 매출(ARPU)의 추이는 어떨까. 5G 요금제 가입자의 ARPU는 이전 단계 통신 서비스인 LTE 가입자보다 40~60%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ARPU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다.

SK텔레콤의 ARPU는 2021년 4분기 3만740원(알뜰폰 제외)에서 작년 4분기 3만495원으로 0.8% 떨어졌다. LG유플러스도 3만323원에서 2만9091원으로 4.1% 내려갔다. KT는 이 기간 3만1825원에서 3만3542원으로 5.4% 올라갔다. 이 차이는 KT가 사물인터넷(IoT)을 집계에서 제외한 영향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IoT를 포함해 집계했다. 휴대폰 이용고객의 평균 단가는 올라갔지만, 회선당 3850원(SK텔레콤의 차량용 회선 기준, 부가가치세 포함) 식으로 낮은 단가가 적용되는 IoT 회선 급증이 전체 ARPU를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통신비 낮춰라” 압박 예고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통신비를 낮추라는 정치권의 압박은 한층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요금제를 10GB 다음은 100GB로 설정해 유튜브 등 이용 비중이 높은 이용자에게 높은 요금제를 강제했던 통신사들은 지난해 8월 30GB 대 5G ‘중간요금제’를 내놨다. 정부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는 게 소비자와 정치권의 요구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로 5G 중간요금제 추가 도입을 포함했다. 30GB와 100GB 사이 50GB 안팎의 사용량을 대상으로 하는 요금제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는 배경이다.

통신사들은 불만이 많다. 앞서 5G 망 투자에 따른 성과를 이제 거두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실적이 높게 나오지만, 다음 네트워크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이익을 쟁여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의 설비투자 규모(CAPEX)는 SK텔레콤 3조350억원(전년 대비 1.1% 증가, SK브로드밴드 포함), KT 2조7206억원(1.4% 감소, 별도 기준), LG유플러스 2조4204억원(3.2% 증가) 수준이었다.
○깊어지는 ‘미래 먹거리’ 고민
기존 통신업 성장성이 둔화하고 ‘더 빠른 통신’ 경쟁도 시들해지면서 통신사들은 AI 등 새로운 분야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SK텔레콤은 향후 사업계획의 첫 페이지에 AI 서비스 ‘에이닷(A.)’을 내세웠다. 에이닷 자체가 작년 5월 한국어 GPT-3 기술을 적용한 세계 최초 기업·개인 간 거래(B2C) 서비스였다며 ‘나만의 에이전트’ 역할로 키워가겠다고 SK텔레콤은 강조했다. 미국 조비애비에이션과의 협업을 통해 2025년에는 에어택시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다시 밝혔다.

KT는 ‘텔코’와 ‘디지코’를 나눈 후 디지코 부문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등을 포함한 디지코 부문에서 기업 간 거래(B2B) 수주가 늘어나고 있고, AI 분야에서 리벨리온(AI 반도체), 모레(컴파일러)와 함께 초거대 AI ‘믿음’을 선보이겠다는 점에 힘을 줬다. 콘텐츠 분야 역량 강화 계획도 내놨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홈과 전화 분야 등에서 ‘고가치 가입자’가 늘어났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기업 인프라 분야에서는 데이터센터 분야 수익이 전년 대비 15.2% 늘어난 778억원, 솔루션 분야는 16.8% 증가한 1691억원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통신사들이 탈(脫)통신을 추구하는 분위기에 대해 정부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AI와 클라우드 등 신산업 분야 진출은 환영하지만, 통신 본업 투자가 소홀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업과 관련돼 있는 반도체와 각종 장비 등 전후방산업의 가치는 연 300조원어치에 달한다”며 “28㎓를 포함해 미래 네트워크 분야 투자를 지속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 경쟁력이 퇴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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