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3대 도시 중 하나인 브리즈번 시내에서 서쪽으로 3시간가량 차를 타고 나가면 호주 최대 축산 대기업 중 하나인 나프코(NAPCo, North Australian Pastoral Company)가 운영하는 '와이누이' 소 비육장(feedlot)이 나온다. 퀸즐랜드 주와 노던 준주의 넓은 들판에서 약 2년간 키운 이 회사의 소가 100일 간 곡물을 먹으며 지내는 곳이다.
이곳의 소들이 인근에 있는 다른 비육장의 소와 다른 점은 특별한 첨가제가 더해져있는 사료를 먹는다는 점이다. 메탄 유발 효소를 억제해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을 최대 80%까지 줄여주는 '보베어(Bovaer)' 팰릿이다. 제레미 슬로스 나프코 와이누이비육장 매니저는 "이곳에 있는 모든 소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사료를 먹고 있다"며 "1년에 약 6만마리분의 '저탄소 소고기'가 출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소고기 생산의 핵심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사료 첨가제를 쓰는 것이다. 나프코가 사용하는 첨가제 ‘보베어’는 네덜란드 화학기업 DSM이 개발했다. 소의 위장에 있는 미생물이 효소와 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호주축산공사에 따르면 나프코의 파이브 파운더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네 개의 소고기 브랜드가 탄소중립 인증을 받았다.
호주 내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사료 첨가제 개발이 활발하다. 홍조류를 활용해 메탄 저감 첨가제를 개발한 스타트업 루민8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청정에너지 펀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벤처스’로부터 지난달 1200만달러(약 156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메탄 배출을 줄이는 사료를 먹인 것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제임스 카슨 나프코 생산·판매 총괄매니저는 "디젤 등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600만ha 규모의 목장에 나무를 더 심어 탄소 흡수량을 늘리는 등 다른 분야의 노력도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부족한 부분은 호주 정부가 인증한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상쇄했다"고 덧붙였다. 호주축산공사에 따르면 나프코의 '파이브파운더스'를 시작으로 현재 4개의 소고기 브랜드가 호주 정부의 탄소중립 인증을 받은 상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추정한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62억3000만톤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1.2%에 달한다. 축산물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적인 배출량을 빼도 36억2000톤에 이른다. 2021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육류 및 유제품 회사 15곳이 배출하는 메탄의 양을 합하면 러시아의 메탄 배출량을 넘어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축산 강국인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에 대응해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소와 양의 트림 등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법안이 통과돼 2025년 시행할 예정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거둬들인 세금을 축산업 기후변화 대응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목장주의 반발이 거세다.
호주는 약 5년 전 비슷한 법안이 국민 반대로 폐기된 후 목장주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으로 전환했다. 줄리아 와이트 호주축산공사 2030탄소중립프로젝트 매니저는 "소의 사육기간을 줄여 생산 효율성을 높이면 소가 메탄을 배출하는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동시에 목장주들이 더 빠르게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목장에 나무를 많이 심으라고 권고할 때도 이를 나중에 목재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퀸즐랜드주 소도시 투움바 인근의 작은 마을인 하이필즈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크리스찬 니콜스 대표는 "무엇을 먹고 자란 소고기인지, 어디에서 생산됐는지를 묻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하베스트로드 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20%는 탄소중립 소고기에 30% 더 돈을 낼 수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호주의 탄소중립 소고기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마땅한 탄소중립 표시제가 없기 때문이다. 카슨 총괄매니저는 "인증 표시를 하지 못하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며 "인증 표시를 허용하고 있는 일본,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파이브파운더스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관련해 탄소 배출을 평균 대비 10% 줄인 축산물에 ‘저탄소’ 인증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리즈번=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