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농식품 스타트업 그린랩스를 둘러싼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공동대표 3인 중 2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그린랩스는 신상훈 대표 단독 경영체제로 바뀔 예정이다. 그린랩스는 모바일 핫딜 플랫폼 쿠차를 창업해 매각했던 안동현 대표와 옐로모바일의 중간지주사 옐로쇼핑미디어의 대표 출신인 최성우 대표가 2017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신 대표가 창업 이듬해 합류해 '3인 체제'를 구성한 점을 고려하면 초기 창업자 둘은 모두 경영에서 손을 뗀 셈이다. 그린랩스 측은 "안 대표와 최 대표가 퇴사한 것은 아니다"며 "경영진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린랩스는 지난해 1월 17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8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대규모 자금이 수혈되며 농식품 분야 차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사업이 어려워진 시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농산물 유통 업체인 그린랩스는 농민에게 농산물을 직접 구매한 뒤 되파는 방식으로 사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미수 채권을 채우는 금융사 대출이 어려워지며 ‘돈맥경화’가 발생했다.
내부 직원들은 혼란 상태에 놓였다. 지난달 비상경영을 선언하는 타운홀 미팅 이후 경영진이 뚜렷한 사업 재편 방향을 알리지 못한 가운데 직원들 사이에선 “90%가 구조조정 될 것”이란 말까지 나오면서 퇴사를 고려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자금난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해 일부 부서는 낮 12시에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린랩스 임직원 수는 500명 수준이다.
추가 자금 유치도 난항을 겪고 있다. 그린랩스는 앞서 BRV캐피탈매니지먼트 SK스퀘어 스카이레이크 등에서 최소 350억원에서 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비용이 크게 늘어나며 자금을 빠르게 소진했다. 외국계 투자사를 제외한 주요 주주들은 추가 투자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업 규모를 줄이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일부 투자사들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랩스 측은 올 상반기를 지나면 회사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긴급 운영 자금 문제만 해결된다면 회사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린랩스 관계자는 "90% 인력 구조조정은 사실이 아니고, 규모 등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상반기 미수 채권을 일부 회수할 것이고, 긴급 자금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면 충분히 회생 가능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신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설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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