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선 AI 챗봇이 1990년대 인터넷 시대를 연 WWW, 2008년 모바일 시대를 이끈 아이폰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AI 챗봇이 중장기적으로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보다 더 중요한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2017년 논문에서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를 발표했고, 이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기초가 됐다. 마치 반도체 업계의 트랜지스터처럼 말이다. 챗GPT의 ‘T’가 트랜스포머를 뜻한다.
이런 구글이 왜 AI 챗봇 상용화에서 밀리고 있을까. ‘AI 대부’로 불리는 얀 르쿤 메타 AI 연구소장은 “구글과 메타가 챗GPT 같은 걸 출시하지 않은 건 못해서가 아니라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거대한 기업은 큰 결함이 있는 데모 모델을 공개하면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다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2020년 말 ‘AI 챗봇이 데이터 편향을 증폭시키고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제시한다’는 논문을 쓴 팀닛 게브루 AI윤리팀 리더를 해고해 파문을 낳았다. 게브루는 당시 인종차별, 성차별 등이 AI 챗봇의 학습 데이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잠재적 평판 손상’ 가능성 탓에 특정 AI 제품 출시를 피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알파벳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75배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 말엔 1만2000명을 해고하고 AI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만 AI 관련 2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충격은 구글이 다시 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걱정되는 건 요즘 한국 기업에서도 헝그리정신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경영은 2세를 넘어 3세, 4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았지만 헝그리정신을 갖고 있진 않다. 배가 고파본 적이 없어서다. 소위 재벌만 그런 게 아니다. 국내 검색엔진 1위 네이버의 PER은 40.52배다. 알파벳보다 두 배 높다. 하지만 AI 챗봇을 일반에 공개한 적도 없고, 구글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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