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한일 양국의 외교 차관이 워싱턴 DC에서 2시간 반가량 회담하고,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4시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만나 양자 회담을 했다. 회담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1시간 반 이상 넘겨 2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이번 회담에서는 강제동원 배상문제의 핵심 쟁점인 '제3자 변제' 및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등에 대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1차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강제 동원 문제와 관련한 접점을 찾았느냐는 질문에 "아직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의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 "회의가 길어졌다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닌데 그렇지만, 논의가 길어졌다는 것은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면서 "아직도 우리가 협의를 더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기금 참여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특정한 사안에 대해 설명하기는 좀 곤란하다"면서 "우리뿐 아니라 일본 측도 굉장히 지금의 동향에 대해서 민감해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 언론보도를 굉장히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1차관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계획에 대한 우려도 모리 차관에게 전달했다. 그는 "국내 우려, 우리가 제시하는 여러 과학적인 문제점들을 다 지적했다"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본이 더 노력해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리 차관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기에 국제적인 우려를 감안해 일본 측도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면서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조 1차관이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2일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일 양국 간 최대 외교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고위급 회담을 연이어 개최하며 협상이 막판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관측이 나온다. 이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에 '부끄럽지 않은 결과'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일본이 이번 고위급 연쇄 회담을 계기로 얼마나 전향적인 방안을 갖고 오는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거론하며 "선언에 통절한 반성과 사과의 내용이 나와 있는데 (일본이) 그것을 포괄적으로 계승할 경우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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