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제징집을 거부하고 한국으로 온 러시아인 중 일부가 난민심사를 받게 됐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이은신 판사)은 A씨 등 러시아인 3명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2명에게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해 10월 A씨 등 러시아인 2명에게 내린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한다고 명령했다. 나머지 러시아인 1명이 같은 이유로 낸 청구 소송은 원고 패소로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법정에서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A씨 등 3명은 전쟁동원령이 내려진 러시아를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난민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무부 산하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그들이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법무부도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 일행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4개월째 사실상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국내 인권단체는 "법무부는 살상을 거부한 이들에게 난민심사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인천국제공항 출국대기실에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인천공항에 도착한 다른 러시아인 2명도 A씨 등과 같은 결정을 받고 별도로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러시아에서는 범죄 전력이 없는 60세 이하의 남성은 모두 징집 대상이다. 전장에서 전투를 거부하는 군인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지하 시설에 구금되며 탈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을 선언한 이후 1주일간 20만명가량이 조지아(그루지야)나 카자흐스탄 등으로 도피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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