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여성 속옷에 붙는 관세율이 남성 속옷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13일(현지시간) 미국 CNN이 전했다. 일반적으로 ‘핑크택스’는 같은 제품이라도 남성용보다 여성용이 더 비싸고 질이 낮을 때 쓰는 용어지만 속옷에서만큼은 말 그대로 핑크 ‘택스’가 붙는 셈이다.
전 미국 무역 담당자이자 현재 진보정책연구소(Progressive Policy Institute)의 무역 글로벌 담당자인 에드 그레서 이사에 따르면 여성 속옷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5.5%이고 남성 속옷은 11.5%에 불과하다. 그는 여성 속옷 한 벌에 약 1.10달러, 남성 속옷에 약 0.76달러의 관세가 붙는다고 추정하며 “여성들이 남성보다 35% 더 높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역대 최악의 밸런타인데이 서프라이즈”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관세율은 전반적으로 전세계 각 나라들과 비슷하지만 속옷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차이를 보인다. 각국 관세 제도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속옷에 균일적으로 적용된다. 호주 5%, 뉴질랜드 10%, 캐나다 18%, 콜롬비아와 자메이카 20%, 인도 25%, 태국 30%, 남아프리카 45%다. 여성 속옷에 대한 세율이 오히려 낮은 국가도 있다. 일본은 추가로 붙는 관세가 아예 없고 유럽연합(EU)는 브래지어와 코르셋에 6.5%의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는 균일하게 9%나 12%를 적용한다.
미국 관세가 이렇게 퇴행적인 까닭은 고급 속옷에 더 낮은 관세가 매겨지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비싼 소재인 실크의 경우 여성용 2.1%, 남성용은 0.9%의 관세가 부과되는 반면 값싼 면으로 만들어진 속옷의 세율은 여성용 7.6%, 남성용 7.4%로 확 높아진다. 특히 가장 저렴한 합성 폴리에스테르의 세율은 여성 16%, 남성 14.9%로 가장 높다. 이는 미국 의류 제조업체들이 값싼 속옷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해외 경쟁업체들로부터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이와 같은 관세 체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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