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난해 4분기 쿠팡 주식 보유량을 대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흑자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쿠팡에 베팅하는 '큰 손'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블랙록은 지난해 4분기 쿠팡 주식 704만7491주를 추가 매입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블랙록은 쿠팡 주식 292만8258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전체 보유 지분(997만5749주)의 가치는 전날 종가(15.44달러) 기준 1억5403만달러(약 2000억원)에 이른다.
블랙록은 운용 자산이 9조달러(약 1경14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자산 운용사다. '월스트리트의 제왕'으로 불리는 래리 핑크 회장이 이끌고 있다. 블랙록은 애플과 아마존, 삼성전자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억만장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짐 사이먼스 회장이 창업한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도 지난해 4분기 기준 쿠팡 주식 291만9493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영국의 자산 운용사 베일리 기포드는 지난해 4분기 쿠팡 주식 674만2347주를 매수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쿠팡이 지난해 3분기에 이어 흑자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7742만달러(약 1037억원·분기 평균 환율 1340.5원 기준)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했다.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e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뒤 분기 기준 흑자를 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매출은 51억133만달러(약 6조838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6억4470만달러) 대비 9.8% 증가했다. 원화로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순이익은 9067만달러(약 1215억원)를 올렸다. 월스트리트에선 쿠팡의 지난 4분기 평균 주당순이익(EPS)을 0.04~0.05달러로 추측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앞다퉈 주가 상승 전망을 내놓고 있다. 쿠팡 주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최근 3개월 간 15~18달러대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쿠팡은 아마존, 음식배달앱 도어대시, 신선식품 배달앱 프레시 다이렉트를 모두 합쳐놓은 구조를 갖고 있다"며 "현재 주가보다 5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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