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기쁘게 만드는 그 순간이 제게는 최고의 행복입니다. 그것이 행복을 그리는 이유예요. 바쁘고 지쳐 있는 현대인이 제 작품으로 잠시나마 미소를 띨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14일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 6층 ALT.1(알트원) 전시장에서 만난 프랑스 화가 다비드 자맹(52)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그는 알트원에서 열린 개인전을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날 새벽 비행기에서 내려 제대로 쉬지 못했지만 지친 기색은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했고 시종일관 환한 미소로 작품을 설명했다. 자맹은 “제 작품을 통해 한국 관객이 잠깐이라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자맹은 수십 년간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는 일상 속 행복한 순간을 캔버스에 담는다. 영감의 원천이자 배경은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다. 그의 고향이다. 따뜻한 햇살과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프로방스는 자맹뿐 아니라 고흐 등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곳이다. 자맹은 “프로방스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살아 있는 곳”이라며 “고향에 대한 사랑이 영감이 됐다”고 말했다.
전시장 초입을 프로방스처럼 꾸민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디어월로 만들어진 입구는 프로방스의 소도시 위제스에 있는 자맹의 작업실 겸 갤러리를 그대로 옮겨왔다. 자맹은 “전시장에 들어온 순간 작업실에 발을 들인 느낌이 들 정도로 친근했다”고 했다. 푸른 올리브 나무를 그린 ‘6월의 올리브 나무’(2019), 위제스의 에르브 광장에 있는 큰 나무 밑에서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위제스, 에르브 광장’(2020) 등이 알트원을 ‘작은 프로방스’처럼 만든다.
그는 역동적인 순간을 통해 자유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조형예술을 전공한 제가 처음 회화에 발을 들이게 된 것도 ‘자유롭게 해보라’는 교수님의 말씀 때문이었어요. 나만의 세상을 열어서 창작의 자유를 만끽하라는 한마디가 여기까지 온 원동력이 된 거죠. 제게는 자유가 평생 꺼지지 않는 불꽃과 같은 소중한 가치예요.”
일상 속 행복의 순간을 일깨워주는 그의 작품들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개막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렸다. 평일 오후인 이날도 수십 명의 관객이 전시장을 찾아 자맹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는 오는 4월 27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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