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4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시 주석과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회담한 데 이어 약 5개월 만에 이날 다시 만났다. 이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건 20년 만이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주요 고객인데다 외교·안보 면에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어 중국과 이란은 양자 간 협력 등에서 공조할 여지가 많다.
이란의 외무장관, 경제장관, 교통장관, 석유장관, 무역·광물·농업 장관이 라이시 대통령과 동행했다. 서방과 벌이는 핵합의 복원 회담에서 이란 협상팀을 이끈 알리 바게리 카니 외무차관도 이번 중국 방문단에 포함됐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중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취재진에게 "이란과 중국은 패권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것에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베이징을 방문한 라이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에 계속해서 건설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이란이 핵 문제와 관련해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도록 지원할 것이며 이란 핵 문제의 적절한 조기 해결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최근 10개월간 이란의 대중 수출은 126억달러(약 16조원) 규모였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27억달러 가량이다. 양국은 2021년 수교 50주년을 맞아 '전략적 협력 협정'을 맺기도 했다. 양국은 또 러시아와 함께 인도양에서 합동 해상 훈련을 시행하는 등 '반미 연대'를 강화해 왔다.
다만 지난해 12월 시진핑 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 발표한 중국·아랍 국가 간 공동성명 내용에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생긴 앙금이 양국 관계에 현안으로 남아 있다. 공동성명에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영유권 분쟁 중인 3개 섬 문제와 관련, UAE의 문제 해결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다. 이란 외무부는 테헤란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라이시 대통령도 유감을 표명했다.
따라서 이번 라이시 대통령의 방중은 돌발 변수로 파열음이 난 양국 관계를 다시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데 목적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교역과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 등 양자 및 다자 현안을 둘러싼 협력과 조율을 강화하는 기회도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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