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5일 14: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이브가 승기를 잡았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SM엔터 주가가 15일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 12만원을 돌파하면서다. 이런 주가 흐름이라면 현재 공개매수 계획으로는 지분 확보가 어렵게 된다. 카카오에겐 기회다. SM엔터 인수 실탄을 확보한 카카오가 맞불 공개매수 준비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SM엔터를 둘러싼 공개매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이날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한 국내 대형 증권사를 통해 하이브에 맞선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법률 검토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앞선 10일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과 손잡은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나서자 카카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방안을 준비해왔다.
카카오는 공개매수 준비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주체는 카카오가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내주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해외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와 사우디국부펀드(PIF)로부터 유치한 약 1조1000억원의 자금이 오는 20일께 납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자금 중 절반인 약 6000억원은 애초부터 M&A에 활용하기로 예정돼 있다. 카카오엔터는 투자 유치 논의 과정에서 이미 SM엔터 인수자금으로 활용하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머지 부족한 자금은 인수금융 등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2만원을 넘어 13만~15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시장 평가다. 지분 40%를 인수하려면 1조3000억원~ 1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카카오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임에 나서면서 SM엔터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을 뚫은 것으로 분석된다.
변수는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이다. 재판 결론이 나오기 전에 공개매수 결단을 내리면 소송에 악영항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수만 전 총괄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카카오가 이기면 시장 가격보다 저렴한 주당 9만원대에 SM엔터 지분 9%대를 확보할 수 있다. 가처분 소송 결론가 나오고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많은 이유다.
카카오는 지금이 SM엔터를 인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지난 2년간 SM엔터 인수를 위해 공들여왔다.
'맞불' 공개매수에 나서는 명분을 어떻게 내세울지가 관건이다. 카카오는 지난 7일 제3자 배정 유증 참여 당시 SM엔터 경영 참여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공개매수에 나서게 되면 말바꾸기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는 자회사 문어발 상장 논란 등 온갖 구설에 휘말린 적이 있어 여론에 민감하다.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해도 반드시 경영권 인수에 성공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자칫 재무적으로 큰 부담을 지면서 경영권을 쥐지 못할 리스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의지는 예상보다도 강하다"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SM엔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부 공감대가 있어 공개매수 등 모든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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