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지 못하면 남·북극 대륙의 얼음덩어리(빙상)가 대량으로 녹으면서 세계 해수면이 2150년까지 2m 넘게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등 전국 해수욕장이 사라지고 한국 국토의 1%가 바다에 잠기는 수준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은 빙상, 해양, 대기 등 기후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기후 모델을 개발하고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해수면 변화를 예측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5일 게재했다.
빙상은 남극 대륙과 북극 그린란드 등의 땅을 넒게 덮고 있는 얼음 덩어리다. 바다 위에 떠있는 얼음 덩어리 빙산보다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문제는 빙상의 변화가 물리적으로 복잡하고 느리게 진행 돼 예측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존의 연구들은 다른 기후 요소와의 상호 작용을 고려하지 않아 빙상의 변화를 전망하는 불확실성이 더욱 컸다.
IBS 연구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 실패하고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8도 이상 상승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빙상 붕괴가 발생한다. 빙상에 의한 해수면 상승분은 1.4m에 달한다. 교신저자인 박준영 IBS 기후물리연구단 학생연구원은 “해양 열 팽창, 강물의 유입 등의 요소를 고려하면 2m 넘는 해수면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는 기존 연구결과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 설립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작년 2월 6차 보고서를 통해 남·북극 빙상에 의한 해수면 상승분을 45㎝로 예측했다.
해수면 상승은 국내에도 미칠 영향이 크다. 박 연구원은 “해양환경공단 등고선 데이터를 기준으로 해수면 2m 상승시 한국 국토의 1%는 침수된다”고 했다. 이어 “전국 주요 해수욕장은 모두 없어진다고 볼 수 있고 섬 지역 해안가 마을 역시 모두 바다에 잠길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도 10억명의 인구가 해발 10m 이하 저지대에 사는 만큼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은 세계적 재난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은 “현실적인 예측을 위해서는 각각의 기후 요소와 각 요소 간 상호작용을 더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복합적인 지구 시스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며 “모든 기후 요소를 결합한 모델로 더 높은 공간 해상도에서 빙상과 해수면 변화를 모의하는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