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317억원. 한미약품이 지난해 1년간 벌어들인 매출이다. 글로벌 제약사에 여러 건 기술 수출을 해 많은 기술료를 받았던 2015년 1조3175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개량신약 명가’로 불리는 한미약품은 제네릭(복제약) 사업에 집중하던 국내 제약사들이 개량신약 개발 경쟁에 뛰어들도록 시장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량신약 시장을 징검다리 삼아 신약 개발 기업으로 변신에 나섰다.
실적 호조에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됐다. 지난해 R&D에 지출한 비용은 매출의 13.4%에 해당하는 1779억원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개발 제품을 기반으로 성장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했다.
한미약품의 이상지질혈증 복합신약인 로수젯은 지난해 처방 시장에서 1403억원어치 팔려나갔다. 전년보다 13.9% 증가했다. 복합신약인 아모잘탄패밀리는 1305억원어치 팔렸다.
중국 현지법인인 베이징한미약품의 연말 판매량이 중국 현지의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주춤하면서 시장 전망치보다는 다소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베이징한미약품도 지난해 누적 매출 3506억원, 영업이익 780억원, 순이익 715억원을 달성했다. 베이징한미약품 연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1996년 법인 창립 이후 처음이다.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6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659억원, 순이익은 555억원이었다. 지난해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한 한미사이언스는 자체 성장동력을 확보한 사업형 지주회사로 역할을 재정립했다. 계열사인 한미약품과 제이브이엠, 온라인팜 등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지속가능 혁신경영’을 걸고 자체 개발 제품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룬 것은 물론 미래를 위한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며 “창립 50년을 맞는 올해엔 예년보다 더 알차고 내실 있는 성과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 등에서 약을 들여와 판매하는 ‘상품 매출’로 처방약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한미약품은 독자적인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제품을 활용해 ‘제품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블록버스터 자리에 오른 18개 한미약품 의약품 중 해외 도입 약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와 함께 개발한 ‘로벨리토’뿐이다. 나머지 17개 의약품은 모두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해 출시했다.
로수젯은 한국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단일 복합신약으로는 지난해 1년간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로수젯을 이용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란셋, 유럽심장저널 등 세계적 학술지에 잇따라 실리면서 제품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것이란 평가다.
아모잘탄패밀리 제품군 중 ‘아모잘탄(고혈압)’과 ‘아모잘탄플러스(고혈압)’, ‘아모잘탄큐(고혈압·이상지질혈증)’가 각각 844억원, 285억원, 113억원어치 팔려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아모잘탄엑스큐(고혈압·이상지질혈증)’도 지난해 처방 시장에서 매출 63억원을 기록했다.
역류성식도염 치료 개량신약 ‘에소메졸’ 처방 매출은 546억원이었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한미탐스’와 소염진통 치료 복합신약 ‘낙소졸’도 각각 337억원, 2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개량·복합신약 명가로서의 한미약품 위상을 높였다. 비급여 의약품인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과 ‘구구’도 각각 472억원과 217억원어치 팔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5년간 매년 매출 기록을 경신하며 선두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의약품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신뢰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R&D 기반 고품질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제약강국, 의료강국으로 가는 길의 선봉에서 뛰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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