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떠나라는 건가요?"…주가 2배 뜀박질에도 뿔난 주주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3-02-15 10:30   수정 2023-02-15 14:56


"실적 전망이 엉망이네요. 주가를 누를 테니까 팔고 떠나라는 건가요."

2023년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오스템임플란트 투자자들의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40%가량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초부터 회사 영업이익이 40%가량 증발할 것이라고 실토한 상장사 사례는 드물다.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사모펀드(PEF)의 공개매수를 돕기 위해 회사가 나빠진 실적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영업실적 전망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조1300억원, 1400억원을 제시했다. 작년에 비해 매출은 7.7% 늘겠지만, 영업이익은 37.2%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이 회사는 나빠진 실적에 대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환율변동, 주요 영업지역인 중국 영업 현황 변화 등을 반영해 산출했다"며 "영업이익의 경우 주요 해외법인들의 이익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을 바라보는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연초부터 이만큼 나빠진 실적 전망을 제시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 추진하는 사모펀드의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공개매수 작업과 이번 실적 전망을 연결 짓는 분석도 많다.

국내 1위 치과용 임플란트 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해 2200억원가량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등 후진적 지배구조가 불거졌다. 행동주의 펀드인 강성부 펀드(KCGI)는 이 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6.92%로 늘렸다.

이에 위기를 느낀 오스템임플란트 최규옥 회장 등은 지난달 MBK파트너스와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를 우호 주주(백기사)로 유치했다.MBK 등은 오는 24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주당 19만원에 공개매수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 지분 9.3%도 매입하기로 했다. 최 회장의 현재 보유 지분은 20.6%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큰 폭 뜀박질했다. 지난해 7월 15일 장중 9만700원까지 빠진 이 회사 주가는 현재 공개매수 가격에 근접한 18만800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나쁜 실적을 내놓은 것을 두고 이들 백기사를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기관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훼손되고 주가도 내려갈 것이라는 경고를 연초부터 한 것"이라며 "공개매수에 응하라고 주주들을 은근히 떠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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