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맞춰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면서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전기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통상 전기차는 배터리 등 제조원가가 높아 동일한 성능과 모델이라면 내연기관차 대비 가격이 비싼데 '가격 역전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미 CNBC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이쿼녹스 전기차(EV) 모델은 최근 가격을 인하해 휘발유 모델(약 2만6600달러)보다 불과 3400달러 비싼 3만달러부터 판매된다.
하지만 여기에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가 적용되면 전기차 모델이 휘발유 차보다 저렴해진다. 같은 차종이지만 전기차 모델이 더 저렴한 셈이다.
최근 가격을 인하한 테슬라의 모델3도 세액 공제 전 가격은 4만3500달러로, 경쟁 차종인 BMW 3시리즈 북미 가격보다 300달러 저렴하다. 세액 공제를 받을 경우 차이는 더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정부 보조금, 전기차 경쟁 심화, 리튬 등 배터리 재료 가격 하락으로 보통 1만~2만달러 차이가 나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조만간 비슷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12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일부 대중적인 전기차 가격이 올해 내연기관이 장착된 자동차와 같거나 더 저렴해질 수 있다"며 "이미 일부 고급 전기차 가격은 내연 자동차와 같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평균 가격은 6만1488달러(약 7812만원)였다. 모든 승용차, 트럭 평균 가격인 4만9507달러(약 6290만 원)보다 1만1981달러(약 1522만원) 비쌌다.
그러나 연초 미 IRA 법안에 맞춰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내리면서 가격 격차가 크게 줄었다.
테슬라는 지난달 주요 모델의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다. 모델Y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한 번에 1만3000달러나 내렸다.
SUV 형태인 모델Y는 IRA 법안에선 세단형 전기차로 분류되는데 세단형 전기차는 5만5000달러, SUV형 전기차는 8만달러 미만이어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모델Y의 기존 가격인 6만5990달러로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되자 가격을 크게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업체들도 IRA 세액 공제 혜택에 맞춰 잇따라 전기차 가격을 낮췄다. 포드는 머스탱 마하-E 가격을 모델별로 1.2~8.8% 내렸다. 마하-E는 포드의 중형 SUV 전기차로 테슬라 모델Y의 경쟁 모델이다. 루시드도 최근 자사 브랜드 중 8만달러 이상으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고가 모델을 구매하는 소비자에 한해 자체적으로 7500달러(949만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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