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의 콘텐츠 비하인드] 삶이 힘들때 상상해보자, 내가 '재벌집 막내'로 다시 태어난다면?

입력 2023-02-15 18:27   수정 2023-02-16 00:39

현실이 힘겨울 때 이겨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은 시련을 극복해 내는 콘텐츠 속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잠시나마 오늘을 잊고 내일을 준비할 힘을 축적하는 것이다. 웹소설의 주인공들은 회귀나 환생을 통해 지금의 고달픔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웹소설에서 ‘회귀’란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가는 것을 말한다. 어렵고 힘겨웠던 삶이 끝나는 순간, 눈을 떠보니 지금의 온전한 기억을 가진 채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과거로 되돌아가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다가올 미래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최적의 새로운 선택으로 과거의 고된 삶을 바꿀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가치를 모를 때 암호화폐나 미래 유니콘 기업에 미리 투자하고 큰 부를 축적하는 식이다.

‘환생’도 비슷한데, 깨어나 보니 부잣집 아이나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천부적 재능을 가진 아이로 태어나 있는 것이다.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새롭게 주어진 좋은 배경에 과거의 자신이 가진 능력을 합쳐 삶의 온갖 장애물을 돌파하고 모든 욕망을 충족하면서 화려한 삶을 누리는 이야기가 많다. 설정이 다소 허황된 탓에 웹소설이나 웹툰에서만 주로 다뤄졌던 회귀와 환생의 이야기들이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많이 보이고 있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는 타임슬립 같은 장치를 통해 불편한 상황을 바로잡고는 했는데 이제는 회귀와 환생 같은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재벌 집 막내아들’에서는 주인공이 재벌가의 아이로 환생했고,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주인공은 십수년 전의 젊은 시절로 회귀했다. 경제 위기, 전쟁, 팬데믹 등 불안함과 고달픔이 가득한 요즘 같은 시기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내일을 상상하는 것보다 이미 경험해서 잘 알고 있는 과거로 돌아가 지금의 문제를 단박에 해결하는 상상이 훨씬 구체적이고 재미있나 보다.

반면 환생이나 회귀를 이야기하면 지금처럼 풍요롭지 않았던 어린 시절, 힘겨웠던 학창 생활, 군대 생활 등을 떠올리며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환생이나 회귀 대신 좋았던 과거의 시기나 경험을 회상하며 고된 현실을 위로받곤 한다. 추억을 통한 위안은 보편적 감정이기 때문에 사회가 불안하거나 경제가 불황에 빠질 때는 늘 복고가 유행했다.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이 그리워서, 또는 현실이 지치고 힘들어서 사람들은 찬란했던 그때를 소환한다.

그래서인지 과거를 지금보다 희망찼던 시기로 그려내는 콘텐츠들이 최근 인기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외환위기 시대였지만 꿈을 향해 질주하는 1990년대 청춘들을 그려 인기를 얻었다.

또 ‘슬램덩크’는 과거 친숙했던 캐릭터와 이야기를 통해 저마다의 반짝였던 추억들을 소환해 내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영화 ‘탑건 매버릭’은 36년 만의 속편으로 추억을 자극해 전 세계적으로 10억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서부극이 유행하고 있는데 한물간 장르로 여겨졌던 서부극이 미국인의 개척정신을 상기시키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의 서부극은 선악이 명확했던 예전의 서부극과 달리 성소수자, 인종 간 갈등과 화해와 같은 동시대적 정신들을 반영하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더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많다. 경제와 사회 위기로 인해 긴장과 피곤이 가득한 현실을 잊기 위해 사람들은 모든 것이 가능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상상을 하거나, 열정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했던 순수의 시대를 소환하며 위로받을 것이다. 그래서 회귀와 추억은 당분간 거스르기 어려운 콘텐츠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듯하다. 우리나라 콘텐츠가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주문이 됐으면 좋겠다.

이종민 CJ ENM IP 개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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