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는 14일(현지시간) “미시간주의 F-150 라이트닝 공장 가동을 지난주 초부터 중단했다”며 “사전 검사에서 잠재적인 배터리 품질 문제가 나타나 조사기간 생산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구체적으로 배터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언제 생산을 재개할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 차량엔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한 NCM9 배터리가 들어간다. SK온은 “미국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지만 일부 라인은 운영 문제로 점검하고 있다”며 “원천 기술 문제는 아니며 포드와 개선 방안을 협의해 조만간 생산을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픽업트럭 ‘명가’로 불리는 포드에 F-150 라이트닝은 전기차 전환의 최선봉에 선 차량이다. 대기 수요가 20만 대에 달하는 데다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은 내년에나 출시될 예정이어서 포드가 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SK온의 흑자 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차종으로 꼽혔다. 품질 이슈가 불거지며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보다 7.46% 급락했다.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동박을 제조하는 SKC 주가도 각각 7.21%, 3.13% 빠졌다.
업계에서는 SK온 미국 공장의 불안정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생산 중단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포드가 차량을 전량 리콜하지 않고 재고를 계속 판매하는 점을 근거로 화재 위험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SK온이 그동안 “수율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온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터리 공장은 수율을 90% 이상으로 정상화하는 데 통상 3~4년 정도 걸리는데, SK온은 조지아 공장을 본격 가동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SK온이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포드는 35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CATL과 미국 미시간주에 연 35GWh 규모(전기차 연 40만 대 생산물량)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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