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5.3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3.758%를 기록했다. 단기 국채 금리는 더 올랐다. 2년 만기 금리는 9bp 오른 연 4.630%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6개월 만기 국채 금리는 연 5.041%까지 올랐다. 6개월 만기 금리가 연 5%를 넘어선 건 2007년 7월 후 16년 만이다.
금리 선물 시장의 기준금리 전망치도 높아졌다. 이날 지난달 CPI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44.6%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1월 CPI가 공개된 뒤 금리 동결 확률은 42.1%로 낮아졌다. 이에 비해 25bp 인상할 확률은 40.9%에서 46.4%로 상승했다. 올해 기준금리의 최고치도 1월 CPI가 나오기 전엔 연 5.0~5.25%로 예상됐지만, CPI 발표 후엔 연 5.25~5.5%로 예측됐다.
채권 금리와 기준금리 전망치가 상승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이 험난해 긴축 기조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1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 6.4%로 시장 추정치(6.2%)보다 높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5%로 한 달 전(0.1%)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늦어지자 Fed 인사들은 긴축의 고삐를 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노동시장이 강력한 만큼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에 머무를 위험이 분명히 있다”며 “예상보다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도 “금융 여건상 필요한 경우 추가 긴축을 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위험은 너무 느슨하게 긴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0.57% 올랐다. 0.03% 떨어지며 약보합으로 마감한 S&P500지수도 장 막판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레고리 다코 어니스트앤드영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일직선으로 떨어지지 않고 어느 정도 울퉁불퉁한 시기를 거칠 것이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며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CPI의 구성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34%) 전망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주거비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7.9%로 같은 기간 전체 평균(6.4%)을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임차료를 중심으로 주거비 상승률이 꺾이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렌트비 하락은 시차를 두고 CPI에 반영되기 때문에 올 하반기가 되면 주거비 상승률이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물가 급등세가 잦아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생계비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왔다”며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고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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